<박은자의 인물동화> 자전거 아저씨
<박은자의 인물동화> 자전거 아저씨
  • 박은자 동화작가
  • 승인 2010.10.14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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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씨 편 5.


오늘은 자전거대회가 있는 날입니다.

가인이는 아침 일찍 서둘러 준비를 합니다. 마음이 얼마나 흥분이 되고 설레는지 밥도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런 가인이를 보고 아빠가 말합니다.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자전거를 탈 수 있지. 배가 고파서 끝까지 달리지도 못하고  멈추게 되면 어쩌려고 밥을 그렇게 적게 먹니? 평소에 먹던 만큼은 먹어야지.”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침밥을 조금 먹고 나섰다가 중간에 배가 고프면 큰일입니다. 아니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운이 빠져 더 이상 자전거 페달을 밟지 못하게 되면 그건 큰일입니다.

가인이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밥 한 공기를 비웁니다. 그런 가인이를 보고 아빠와 엄마가 빙그레 웃습니다. 아빠 역시 밥 한 공기를 얼른 비우고 설거지를 하겠다고 합니다.

“여보, 당신 얼른 준비해요.”
엄마는 아빠에게 설거지를 맡기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가인이 역시 아빠의 설거지를 돕습니다. 가인이는 마른 행주로 그릇들의 물기를 닦아 냅니다. 설거지를 다 마쳤을 때쯤 엄마가 하늘색 점퍼를 입고 나섰습니다.

가인이네 가족은 자전거 가족입니다. 아파트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가인이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갑니다. 가인이 역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저녁이면 세 식구가 함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파트 사람들이 ‘자전거 가족’ 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입니다.
그런데 가인이네 가족이 언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까요?

그건 몸이 약한 가인이 엄마가 제일 먼저입니다. 몸이 약한데 제일 먼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고요?

사실 가인이 엄마는 발바닥이 좋지가 않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부어오릅니다. 그래서 많이 걷지 못합니다. 그런 가인이 엄마에게 자전거 타기를 권한 것은 의사선생님입니다. 하지만 가인이 엄마는 쉽게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의 일입니다. 친구와 나들이를 나섰던 가인이 엄마가 자전거대회를 보게 된 것입니다. 자전거대회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와 있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세발자전거대회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가인이 엄마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대회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누구였지?’ 잘 아는 사람 같은데 얼른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얘, 저 사람, 내가 잘 아는 분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자 친구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네가 알기는 어떻게 알아? 아, 알기는 알겠구나. 네가 사는 은평구 국회의원이시잖아. 그런데 은평구 사람들만 아는 분이 아니라 전 국민이 아는 분이지. 또 나의 로망이고.”

“너의 로망?”

그러고 보니 친구는 대학 다니던 시절 흔히 말하는 운동권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참 평범합니다.

그런데 가인이 엄마는 왜 이재오 씨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부부가 나란히 이재오 씨에게 표를 꾹 찍었는데 자전거대회에서 만난 이재오 씨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재오 씨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너무나 바쁘신 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자전거대회에 이재오 씨가 왔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가인이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이재오 씨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묻습니다.

“의원님, 바쁘실 텐데 이런 자전거대회에도 나오십니까?”
순간 이재오 씨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합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이 자전거대회는 정말 중요해요. 정치를 하는 사람은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 자전거를 타다보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거든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요. 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 소원 같은 것도 알 수가 있어요. 더불어 건강도 보너스로 주어지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보인다는 것일까요? 그런데  가인이 엄마만 이재오 씨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바람이 지나가다가 재오 씨 이마에 솟아난 땀방울을 살짝 닦아 줍니다. 또 작은 남자 아이가 물을 가져와 내밉니다.

“할아버지, 물드세요.”

재오 씨는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더니 아이 앞에서 얼른 뚜껑을 열어 물을 마십니다. 그런 재오 씨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빛이 참 맑습니다. 아이는 얼른 세발자전거대회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가인이 엄마는 그 날 당장 자전거를 사러 가자고 남편을 졸랐습니다. 그리고 그 날, 가인이네 가족은 모두 자전거를 한 대씩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반듯이 달리고 싶은데 자꾸 넘어졌고요. 처음 안장에 앉았을 때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가인이 아빠는 아내의 자전거를 잡아 주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만에 가인이 엄마는 자전거를 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인이도 며칠만에 자전거를 잘 타게 되었지요.

드디어 오늘 가인이네 가족은 자전거대회에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달려할 거리는 30Km입니다. 짧은 거리는 아닙니다. 어린 가인이와 함께 달려야 할 거리입니다.

가인이 엄마는 은근히 기대를 해 봅니다. ‘오늘도 이재오 의원님이 오실까?’
오시지 않아도 가인이 엄마 마음속에는 그 분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이재오, 그 분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정신이 가인이 엄마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가인이가 묻습니다.

“엄마, 그 자전거 아저씨 오실까요?”

가인이는 이재오 씨를 잘 모르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덩달아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인이 엄마는 마음속의 소원을 나직한 음성으로 바람에게 말합니다.
“이재오 의원님이 오시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가인이가 의원님 옆에서 나란히 페달을 밟으면 좋겠구나. 그러면 그 분이 가지고 계신 가치들, 그리고 그 분의 간절한 꿈이 우리 가인이에게도 전달이 될 거야.”

아, 작은 바람이 가인이 엄마 손을 살며시 잡네요. 순간 가인이네 가족은 두리번거리며 이재오 씨를 찾고 있습니다. 방금 작은 바람이 자전거 아저씨, 이재오 씨가 오고 있다는 말을 해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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