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마녀사냥
  •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뉴시스 상임고문>
  • 승인 2010.10.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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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봉진
요즘 나라 안팎으로 인터넷 상에서 ‘마녀사냥’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마녀사냥이란 대체로 어떤 공동체에서 그 공동체가 지닌 상식(common sense)에서 벗어난 짓을 했거나 했으리라고 의심되는 한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해서 같은 공동체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가하는 탄압 행위를 뜻한다. 이러한 집단적인 가학행위는 주로 서양 근세에 종교분쟁으로 자행된 마녀사냥보다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에서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공동체에 다중적으로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공동체는 그것이 처해 있는 지역, 혈통, 풍속 등 여러 가지 특성에 따라 지식이나 신념 또는 가치관을 달리할 수 있다.

둘 이상의 공동체에 함께 속해 있는 구성원의 경우, 어느 한 쪽의 당연한 상식이 다른 쪽의 편견이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당하기도 한다.

또 인터넷 상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마녀사냥이라는 집단히스테리의 잔혹성을 극도로 증폭시키고 있다.

인류 역사상 군중의 집단히스테리가 초래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서양 고대에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꼽을 수 있다.

아테네는 BC 404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하여 스파르타에 항복을 했다. 스파르타의 무력을 배경으로 아테네의 30인 참주들이 정권을 잡고 민주정을 폐하고 많은 인사를 숙청하는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를 펼쳤다. 얼마 뒤 민주정치가 한때 형식적으로 회복되기는 했으나 아테네 전성기의 활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여했다. 패전 후 아테네 길거리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그를 뭇 사람들 중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 델포이의 신탁이 전해졌다.

그는 그 신탁의 진위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아테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가 대화를 통해 탐색했다.

그러나 그들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에 반해 소크라테스 자신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만큼 그들보다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무지(無知)의 지(知)’의 발견이다.

BC 399년 결국 그들 집단에게 격한 노여움을 산 소크라테스는 그들에 의하여 “아테네 시민들이 믿고 있는 여러 신을 부정하고 다이몬이라는 새로운 신을 믿으며, 젊은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죄목으로 시민법정에 제소되었다.

플라톤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그가 법정에서 행한 변론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부당히 덮어 쓴 죄를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서라도 벗으려는 의지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가 지니고 있는 진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그것을 전파하려는 사명감으로, 국외 추방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한 태도로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패하고 참주의 폭정에 시달린 시민들의 집단히스테리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40명의 배심원들은 소크라테스의 죄를 인정하고 그를 사형에 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뒤 아테네라는 도시국가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

20세기에 일어난 참담한 마녀사냥의 예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모택동에 의하여 중국에서 자행된 문화대혁명이다.

봉건문화, 자본주의문화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주의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정치, 사회, 사상, 문화 전반에 걸친 개혁운동임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인민을 선동해서 전면에 내세운 ‘수정주의자’ 숙청운동이었다.

이 소동은 적게는 수백만 명에서 많게는 1000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초래한 일 외에도 중국의 중요한 문화재 파괴와 경제활동의 침체를 가져온 대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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