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자의 유럽야화-결혼②
양태자의 유럽야화-결혼②
  • 양태자 박사<비교종교학>
  • 승인 2011.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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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유럽
결혼 뒤 남녀 차별 때문에 희생된 여인들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13살의 마르헤리타 파르네제(1567~1643)는 1581년에 18살인 빈젠조와 결혼했다. 궁중에서는 후손을 얼른 보기를 원했다. 13살 소녀였던 그녀를 성인이 될 때까지 궁중에선 잘 기다렸다. 그러나 성년이 돼도 그녀의 임신 소식이 없자 궁중 의사들이 그녀를 면밀히 검진했다. 검진 결과는 임신하기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시 2년을 기다렸지만 임신 소식이 없자 그녀는 또 다시 궁중의에게 철저한 검진을 받게 됐다.

이때 생명이 위태로운 수술을 받아야만 그녀가 임신이 가능하겠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다. 마르헤리타가 어떤 병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없었고 또 어떤 수술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이런 소식을 접한 교황 그레고르8세가 개입, 이 결혼을 무효화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베네딕트 수도원으로 강제로 보내버렸다. 펑펑 울면서 수도원 문으로 들어갔던 그녀는 일생을 그곳에서 마쳤다. 궁중에 시집와서 애기 못 낳는다는 이유로 그녀는 처절한 인생을 맞았다.

아내가 수도원으로 추방을 당했는데 그녀의 남편 빈젠조는 어떠했던가. 그는 두 번째 아내 맞을 준비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여인은 부자로 소문난 메디치가의 딸 엘레노레 데 메디치(1567~1611)였다. 그런데 신부가 될 딸의 아버지는 먼저 조건 제시를 했다. 사위될 이가 성적으로 원숙한가. 그리고 정말 애를 낳을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만 자기 딸과 결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첫 아내가 아이를 못 낳는 것이 어쩌면 빈젠조에게도 문제가 있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나 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증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처럼 의술이 발달했다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단서 한 장으로 당장 증명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빈젠조에게 메디치가가 증명 방법까지 가르쳐줬다. 그의 남성성을 결혼하지 않은 처녀를 통해 증명해 보라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받은 신랑.측은 그레고르 8세와 다시 상의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얼마나 많은 교황이었으면 이런 개인의 혼사 문제에도 개입했고, 또 교황으로서 이런 방편을 수락까지 해줬을까.

메디치가는 미래에 사위될 이를 위해 처녀를 찾아 나섰다. 비극인지 희극인지 이 도시에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던 20세의 기울리아가 뽑혔다. 빈젠조는 첫날밤 시도가 실패했다. 그 이유가 소화불량으로 시달렸기 때문이란다. 다시 두 번째 밤을 맞았는데 사록에 의하면 이때 한 증인이 빈젠조의 성애를 진단했기에 입증할 수 있다는 보고까지 들어갔다. 후손 생산을 으뜸으로 여겼던 궁중인지라 특별히 궁정의 침실을 엿보는 관리가 따로 있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한 관리가 그런 발설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일이 생겼다. 이런 증인의 말과는 달리 20세의 기울리아는 자기가 아직 처녀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불쌍한 빈젠조는 이 여인에게 다시 그의 남성성을 보여줘야만 했던 참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뒤에 기울리아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면서 진실을 알려줬다. 그녀는 빈젠조와 다시 한 번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자기가 아직 처녀라고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한 번 더 자 버린 것 어찌 하겠는가. 그냥 떠도는 얘기가 아니고 사록에 엄연한 기록으로 나온다. 기울리아가 빈젠조의 아이를 갖게 됐다. 그의 남성성이 드디어 증명됐기에 1584년 빈젠조는 부유한 메디치가의 딸과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중세교회사가 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일도 정말 앞뒤가 영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윤리를 강조하던 교회가 교황까지 나서서 그런 결정에 같이 손뼉을 쳐줬다는 사실 말이다. 왕족의 아들은 아무렇게나 한 여인을 증명용, 실험용으로 택해도 됐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실험이 끝나면 그런 여자는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장가를 가도 됐다는 말인가. 그럼 그런 조건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선택됐던 기울리나의 인생은 높으신 분 아들의 희생양이 돼도 됐다는 말인가. 많은 의문이 생긴다.

이혼은 어떠했던가. 8세기 초엔 그래도 양방이 합의하면 쉽게 이혼이 가능했다. 다만 이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이혼하는 남자가 왜 이혼하게 됐다는 적절한 사유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나중에 부인 측의 수장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그러다 8세기 말로 접어들자 이때의 이혼 사유는 여자 쪽에서 불륜을 저질렀다든지 할 때만 가능했다. 그러나 9세기로 접어들자 교회의 간섭이 시작되면서 귀족들의 이혼이 어려워졌다. 이것이 오늘날 가톨릭에도 살아있듯이 결혼은 하늘이 맺어준 것이기에 인간이 감히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교리가 심지어 1184년엔 가톨릭의 중요 교리 7개 중 하나로 묶여졌다.

요셉 뮬베르거가 밝힌 한 예를 들어보자. 귀족인 알브레히트가 쿠니군데라는 다른 여인을 사랑하게 되자 프리드리히 2세의 딸이었던 마가레트와 갈라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렇지만 이혼은 어렵다. 남편은 계략을 세운다. 그는 땔감을 조달하고 있는 하인에게 명했다. 밤에 귀신 차림을 하고선 마가레트의 방에 침입해 그녀를 목 졸라 죽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알브레히트의 명이라지만 의리가 있었던 이 하인은 이 계획 수행을 무척 주저했다. 하지만 알브레히트가 자꾸 보채고 으름장을 놓자 결국 그녀의 방에 침입해 들어가려는 시도를 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를 도저히 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위험에 처한 사실을 그대로 고했다. 그러니 차라리 도망가라고 권했다.

그녀는 성 창문으로 난 줄을 타고 내려가 도망쳤다.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마가레트는 이리 저리 방랑했다. 만약에 그녀가 잡히는 날은 죽게 될 것은 뻔했다. 그러던 중 프랑크푸르트 부근에 있는 풀다의 한 수도원에서 그녀를 받아 들였다. 1270년에 죽은 그녀의 장례식을 마인의 주교가 아주 장엄하게 치러줬다. 그 이후 알브레히트는 역사 속에서 못된 ‘변절자’란 놈으로 영원히 찍히게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의 결혼, 이혼에 얽힌 얘기도 세기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서로 다양한 원칙과 관습들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독일에 사는 아랍 출신 여인의 얘기다. 그녀와 잠시 얘기를 나누던 중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사촌 오빠와 결혼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깜짝 놀라니 그녀가 더 놀란다. 사촌끼리의 결혼은 자기들은 예부터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 그녀가 성년이 됐을 때 엄마와 사촌 집에 놀러 갔다. 그날 사촌 오빠를 본 순간 ‘저 사촌이 내 남편감이다’ 라고 즉시 마음속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이후 물론 그녀는 이 사촌과 결혼했다. 사촌을 남편으로 둔 그녀는 두 딸을 낳고 행복하게 잘 산다.

독일에서 일어난 얘기다. 이들은 오누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선 애를 낳고 살지만 독일 법이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내내 감옥과 법정을 드나들면서 살고 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가정적인 이유로 친오누이가 어릴 때부터 딴 가정에서 각각 성장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엄마와 함께 다시 합쳤다. 그들의 엄마가 갑자기 죽고 나서 문제가 발생했다. 엄마 없이 단둘이 살다가 남매 간 사랑이 남녀 간 사랑으로 옮겨갔다. 애까지 낳자 소문이 났다. 결국 법정에 서면서부터 매스컴을 타게 됐다. 그들은 “형제인줄 알지만 성인이 되어서 만났기에 오누이라는 생각이 전연 안 들고 늘 연인들 감정”이란다. 이들의 재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오누이 사이에 난 아이가 지체장애자였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유전자 때문이라던데…. 하여튼 결혼과 이혼 문제도 세기를 내려오면서 그 시대의 잣대로 조여지기도 풀어지기도 하는 인간이 만든 관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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