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오 씨의 꿈
재오 씨의 꿈
  • 박은자 <동화작가, 아산 예은교회 사모>
  • 승인 2011.04.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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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자의 인물동화> 이재오 씨 편 <마지막회>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 있습니다. 둥그렇게 혹은 길고 평화롭게 떠서 사람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재오, 그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존재로 살고 싶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면 구름보다 먼저 푸른 하늘만 보여도 군말 없이 정답게 웃어주는 구름이고 싶었습니다. 가뭄이 계속되면 한 줄기 소나기가 되거나 혹은 밤새 사분사분 내리는 비가 되고 싶었습니다.

한 그루 나무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에는 그늘을 내어주고 또 묵묵히 서서 사람들의 시름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열매를 많이 맺어서 맛있는 과일까지 내어주는 나무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소원을 마음에 품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늘을 땅에 묻어주고, 이른 봄날에 삐죽삐죽 올라오는 고운 마늘 싹을 보고 싶었습니다. 더러 부모 잃은 고단한 아이가 앞에 있다면 거두어 주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이웃과 도란도란 정답게 살면서 편안하고 아름답고 조금은 윤택하게 늙어가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부족한 거 없이 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의 소임을 충실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는 동안 그는 감옥에 있어야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도 아니고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났던 것도 아닌데 새벽이슬을 맞으며 도망 다녀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 땅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여기저기 꽃이 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옥에 가면서까지 갈망하던 정의가, 민주주의가 꽃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고향산천이 그에게 일러 준 것은 ‘정직해라. 비겁하지 말아라. 이 나라를 사랑해라. 이 민족을 사랑해라.’ 입니다. 아버지는 말씀으로 일러주시고, 어머니는 몸으로 일러주셨습니다. 그를 따라 다니던 바람이 알고, 그를 내려다보던 한 조각구름이 알고, 두들 마을의 만지송도 아는 일입니다. 햇볕이 알고, 사분사분 내리던 비도 아는 일이지요.

이재오, 그의 정의로움을,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결코 비겁하지 않았음을, 나라와 민족을 향한 사랑을 그의 형제가 알고, 그의 아내가 알고, 그의 자식들이 알고, 그의 친구들이 알고, 국민들이 압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나 같이 그를 존경하고 환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를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를 보면서 환호하는 사람도 있고, 냉소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오, 그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를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생각이 달라도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목표가 달라도 함께 달려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처지가 달라도 허리를 끌어안고 함께 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재오, 그에게는 통일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는 통일에 대해 애타게 부르짖습니다.
“통일은 우리가 등에 져야하는 짐이 아닙니다. 통일은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닙니다. 통일은 우리 살림을 나아지게 할 자산입니다.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키울 미래의 자산입니다.”
이재오, 그에게는 ‘동북아평화번영공동체’ 라는 장대한 비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시는 중국과 일본에 조공관계나 의존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피맺힌 결심이 있습니다.

통일과 동북아번영평화공동체의 기초는 정의로운 국가입니다. 정의로운 국가에서는 개인의 꿈이 무너지지 않고, 뛰어난 인재의 창의력이 흘러넘칩니다.
통일에 대한 꿈과, 동북아평화번영공동체에 대한 비전, 그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우리 모두의 비전입니다.
오늘 이재오, 그를 만나러 길을 떠나 볼까요? 그에게 달려가 그의 꿈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그의 비전을 다시 한 번 들어 볼까요?
아, 구름이 먼저 앞서네요. 꽁무니바람이 서둘러 우리의 등을 밀고 있습니다.

 

<인물동화 이재오 씨 편 연재를 마치면서>

인물 동화를 쓰는 여러 달 동안 많이 울었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눈물을 닦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왜 우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날은 피아노 레슨을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이재오 인물동화를 다섯 편이나 읽어 주었습니다. 

동화를 쓰는 동안 나를 울게 했던 말은 다름 아닌 ‘정의’ 라는 말입니다. 국가가 정의롭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상하겠습니까?

정의로운 국가에서 사는 국민은 행복할 것입니다. 정의로운 국가가 번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농사를 지으면서 교사로 늙고 싶었던 그 분의 소박한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소박한 꿈을 안고 행복하게 살 수 없도록 이 나라가 질주를 했으니까요.
우리에게는 빠르게 먼저 달린 사람이 보이는 모든 것을 다 가져버리는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말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갔지요?

지금도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빛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옳은 일을 ‘옳은 일이다’ 라고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도 봅니다. 그리고 종종 옳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옳지 않은 일이다’라고 몰아세우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통일된 조국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가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과 아프리카로 뻗어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이재오, 그 분이 꿈꾸시는 동북아평화번영공동체가 꼭 이루어지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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