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에 정국 요동
4·27 재보선 후폭풍에 정국 요동
  • 박정규 기자
  • 승인 2011.05.03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생각에 잠긴 안상수 대표
 4·27 재·보궐선거 결과 주요 지역인 강원,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4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김해을 1석을 건진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성남 분당을과 강원도지사 등 후보를 낸 2곳에서 승리하면서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높은 투표율 속에서 사실상 여당의 참패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선거 결과는 물가 폭등, 구제역 파동, 과학비즈니스벨트·동남권 신공항 등 각종 정책 혼선 등이 잇따르면서 현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투표장으로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미 여당 내에서는 쇄신론 등 내부 비판이 불어 닥쳤다.

반면에 야당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보수 텃밭인 분당을 지역에서 생환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본인의 입지가 탄탄해짐과 동시에 야권연대 역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신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김해을 선거 패배로 인해 유시민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관심’ 입증한 높은 투표율…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최고

이번 선거의 가장 핵심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51.0%(4만1570표)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48.31%, 3만9382표)를 제치고 승리했다.

또 MBC 전 사장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강원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8%(29만3509표)로 46.56%(26만7538표)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이겼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51.01%(4만4501표)를 얻어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48.98%, 4만2728표)를 근소한 차로 눌러 당선이 확정됐다.

전남 순천에서도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36.24%(3만313표)를 얻어 무소속 조순용 후보(21.72%, 1만8172표)를 제치고 최종 승리했다.

이날 재보선은 통상적인 재보선에 비해 유난히 높은 39.4%의 최종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역대 최고인 43.5%의 투표율을 보여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 2001년 10·25 재보선 투표율 41.9%보다 1.6%포인트 높은 기록이다.

◇살아 돌아온 손학규…분당마저 ‘접수’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기쁨을 맛본 이는 단연 민주당 손학규 후보였다. 여권의 텃밭이자 이번 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지역이었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돼, 그동안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출신 논란 및 지지율 부담 등을 털어버리고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그동안 원외 대표로서 제1야당을 이끌어온 손 후보는 이번 승리로 인해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원내에서 당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됐다.

손 후보의 승리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접전지역이었던 분당을의 표심은 비록 야당이긴 하지만 손학규라는 ‘인물’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다. 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이 지역에서 야당 대표가 승리를 거둔 점은 결국 현 정부에 대해 중도보수의 민심마저도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승리로 인해 민주당에서는 보수성향의 수도권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수성해온 분당이라는 귀중한 지역의 민심을 확보했다는 소득을 얻었다.

또 손 대표 개인으로서도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한편, 여권의 텃밭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원내 진출이라는 두 가지 소득도 함께 거둬들여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 밖에 주요 선거지역이었던 나머지 3곳 역시 이변들이 연출됐다.

MBC 전직 사장 간 대결로 이목이 집중됐던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원지역 역시 전통적인 여권의 텃밭인데다, 최 후보는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엄 후보에 뒤처지고 있던 상황이어서 손 대표의 당선에 못지않은 이변이었다.

당선무효형으로 지사직을 상실한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은 최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더욱이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터진 엄 후보 측의 강릉 콜센터 불법선거운동 사건은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최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聖地)’로 불리며 야권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김해을에서는 박빙의 승부 끝에 결국 한나라당의 김태호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내정 21일 만에 자진 사퇴했던 김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 사격을 고사한 채 ‘나홀로 선거’로 이번 선거에 임해왔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국무총리 낙마로 사그라졌던 ‘세대교체설’ ‘40대 기수론’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야권 내 경쟁구도인 점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에는 관심이 덜했던 전남 순천 역시 결과는 이변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지역 중 7대 1이라는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이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을 누르고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을 아우른 야권 단일후보인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의 당선은 호남 지역에서 최초의 민노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지난 6·2 지방선거의 성과 이후 주춤했던 야권연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여야, 정치지형 변동 ‘불씨’…靑도 레임덕 가속 위기

이번 선거의 패배로 인해 한나라당으로서는 악몽 같은 ‘포스트 재보선’ 정국이 시작됐다. 곧바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달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민심의 준엄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자신을 포함한 최고위원 전원의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재보선 후폭풍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국한되지 않고 당정청 등 여권 전반에 걸쳐 일대 쇄신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청와대도 여권의 쇄신 대상에서 치외법권 지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론’이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온 한나라당을 단합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당장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역할론이 부상하고 친이·친박 간의 세력 다툼이 아닌 당을 중심으로 한 화합과 통합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선 후보군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도 원외 정당인 유 대표에게도 처지고 지지율 역시 10% 미만에 머물렀던 그간의 상황을 뒤집고 여야 대권 경쟁에서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대신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자신의 입지에 큰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원외에 있으면서도 야권의 대선주자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꾸준히 2위를 유지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벼랑 끝 전술’로 단일화 협상에서는 이겼지만 결국 선거에서는 패배함으로써 야권의 곁눈질까지 함께 받게 된 상황이다.

이 밖에 이번 선거로 인해 민주당의 다른 대권주자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가 이번 선거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주목도가 커진 만큼, 이미 대권 준비를 가시화하고 있는 이들 역시 입지 확보를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에 닥치게 됐다.

【서울=뉴시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5호(5월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