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가 발효되자 일본은 EU와 한국시장에서 동시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코트라가 일본 현지 동향과 전망 등을 수집·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1년 이후 일본의 대(對)EU 수출은 7억6600만~11억88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일본의 대 한국 수출은 기계와 전기, 화학 등의 분야에서 약 17억7500만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코트라는 밝혔다.
일본 경제계는 유럽과 한국시장에서 일본 제품이 동시에 타격받을 것을 걱정하는 비관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시장에서는 한국 제품이 관세혜택을 앞세운 가격경쟁력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해 전반적으로 품질에 대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일본 현지에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일본 대신 유럽산 기계 이용이 확산될 경우, EU가 기술 체계를 주도하는 등 FTA 영향이 더욱 광범위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기술 측면에서 한국과 격차가 점점 줄고 있는데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등 경쟁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업종은 일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FTA 관세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향상에 힘입어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본 기업들의 판단이다. 또한 자동차 안전규제 및 환경기준 등 비관세 장벽이 낮아진 점도 한국에 매우 유리하다는 현지 분위기다.
예를 들면, 현대차는 유럽에서 5년보증서비스 등의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실시해 지난해 EU 27개국의 승용차 시장규모가 전년 대비 6% 감소한 상황에서도 판매량은 4% 증가했다. FTA로 제네시스, 에쿠스와 같은 중·대형차의 관세(10%)가 철폐될 경우 수출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일본 기업들은 평가했다.
또한 일본 전자기업들은 LCD TV 등 고급가전 분야에서 한국산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은 한국과의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
예컨대 40인치 LCD TV의 프랑스내 소매가격은 삼성이 11만엔 안팎으로 파나소닉보다 1만엔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향후 FTA를 통해 한국이 14%의 관세인하 혜택을 얻게 되면 삼성제품은 10만엔 이하로 가격 인하가 가능해 일본 기업들은 대항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트라는 "한·EU FTA에 대해 일본 주요 일간지가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양국간 관세 및 비관세 철폐 내용, GDP 및 고용증가 효과 등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면서 "각 경제단체에서 주최하는 관련 세미나 등도 성황"이라고 일본 경제계의 긴장감을 전했다.
이처럼 교역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현지에서는 정부의 뒤늦은 통상개방 정책을 비판하면서 향후 일·EU EPA(경제연계협정) 협상시 EU의 공격적인 시장개방 요구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교소식통은 EU가 한국의 폭넓은 시장개방을 기반으로 일본에 다양한 요구를 해올 것으로 우려한다고 코트라는 밝혔다.
코트라는 한·EU FTA의 전략적인 활용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오사카KBC 관계자는 "한일간 경쟁 측면뿐만 아니라 한일 기업간 협력을 통한 EU 시장 공동진출 확대 모색 등이 가능하다"며 "우리 기업들은 한·EU FTA의 조기효과를 노린 진출전략과 더불어 일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유럽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술협력·투자유치 등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