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해본 후회와 안 해본 후회가 있어요. 해본 후회는 미련이 남지 않지만 안 해본 후회는 미련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더라고요. '캣츠' 출연을 결정한 건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예요."
뮤지컬 '캣츠'에서 암고양이 '그리자벨라'를 연기하는 가수 인순이(54)는 31일 "지금 '캣츠'에 출연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불러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회는 지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캣츠'의 주제곡인 '메모리'를 직접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출연 결정에 한몫했다. "'메모리'를 내가 부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기쁘다"면서도 "이야기는 폭발하지만 정작 자신은 절제해야 하는 부분에서 메모리를 불러야 해서 어려움이 따르긴 한다"고 말했다.
"'캣츠'는 용서와 화해, 내려놓음과 치유 등을 이야기하는 철학적인 뮤지컬이에요. 생각보다 어려운 작품이라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인순이는 2000년 '시카고'로 뮤지컬에 데뷔, 이 작품에만 여러 차례 출연했다. '캣츠'는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이다. "가수는 성공이든 실패든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뮤지컬은 여럿이서 의견을 나누고 깔깔거리며 합심을 하는 부분이 재미있더라"며 웃었다. "혼자서 하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기뻐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호호호."
인순이는 MBC TV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도 활약 중이다. 지난 27일 개막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제가 '함께 달리자(Let's Go Together)'를 부르기도 했다. 하반기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행복한 마음으로 하나하나씩 정리해가면서 임하고 있다"며 "경쟁을 해야 하지만 '나는 가수다'도 그렇고 모두 즐기면서 하고 있다. 두루두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잘하겠다"고 눈을 빛냈다.
인순이와 함께 그리자벨라 역에는 뮤지컬배우 박해미(47)와 홍지민(38)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캣츠'뿐 아니라 '맘마미아!'와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서 맹활약한 박해미는 "무대를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나를 찾는 것 같다"며 "제작진이 1년 전부터 그리자벨라 역을 제안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드림걸즈'와 '톡식 히어로' 등 뮤지컬에서 활발한 홍지민은 "무대가 좋은 이유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연습량에 비례하더라. 배우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리자벨라를 연기하게 돼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세 배우는 각자 자신이 연기하는 그리자벨라의 매력에 대해 "배워가며 최선을 다하는"(인순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섹시한"(박해미), "노련미와 연륜이 부족해도 젊다는 것"(홍지민)을 꼽았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캣츠'는 198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26개국 300여도시에서 14개 언어로 공연돼 7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내한 공연으로 1994년 처음 상륙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100만명을 모은 이 뮤지컬의 한국어 공연은 2008년 첫선을 보였다. 이번 무대는 3년 만의 재공연이다.
섹시한 수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은 뮤지컬배우 에녹(31)과 정민(30)이 번갈아 연기한다. 홍경수, 유회웅, 백두산, 강연종 등 '캣츠' 한국어 공연 초연 배우들이 대거 복귀한다.
연출·안무가 조앤 로빈슨을 비롯해 음악 총감독 피츠 샤퍼 등 30년 간 '캣츠'를 이끌고 있는 오리지널 팀이 힘을 싣는다.
9월17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서울 공연에 앞서 26~28일 이천아트홀에서 선보였다. 9월 2~4일 전북 전주 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5만~12만원. 설앤컴퍼니. 02-501-7888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