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들의 최후 선택"… 집창촌의 마지막 몸부림
"성매매 여성들의 최후 선택"… 집창촌의 마지막 몸부림
  • 박성환 천정인 기자
  • 승인 2011.09.2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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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토끼몰이식 단속으로는 성매매를 절대 근절할 수 없어요."

성매매특별법 제정 7주년을 4일 앞둔 19일 오후 10시 무렵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4가 423번지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집창촌)를 찾았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거대한 복합쇼핑몰 뒤편을 가로지르는 300여m 남짓한 골목에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일명 '유리방'들이 양쪽으로 즐비했다.

골목 입구에는 주차를 안내하는 백화점 주차 안내원들이 차량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낡은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남성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의 적막함을 깨우고 있었다.

골목 한편에 자리잡은 초록색 천막에는 '약자의 피를 빠는 더러운 공권력', '집결지 없애면 성매매 없는 대한민국 되나'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자신을 업주라고 소개한 50대 남성은 "매일 매일 경찰이 단속을 해 사실상 폐업 상태나 다름없다"며 "생존권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싸우고 있는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초부터 이곳의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폐쇄 반대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벌인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짐작케했다.

이날 50여개 업소 가운데 20여곳만이 불을 밝혔고 나머지 업소들은 영업을 포기한 채 검은색 커튼이 쳐 있었다. 골목안은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만 있을 뿐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영업 준비를 마친 성매매 여성들은 몸매를 노출시키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얇은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채 유리방 한쪽에서 쉴 틈 없이 담배를 피웠다.

홍등 아래에 줄지어선 성매매여성들은 업소 앞을 때때로 지나가는 남성들과 차량을 향해 연신 "오빠, 놀다가", "싸게 해줄게"라고 외쳤다.

성매매 여성들은 남성들과 차량들이 무심한 듯 지나가자 이내 쪼그려 앉아 담배를 다시 물었다.

경찰이 골목 입구마다 순찰차를 배치하고 게릴라식 단속을 펼쳐 이곳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8년째 이 일을 한다는 이모(31·여)씨는 "이곳은 갈 곳이 없는 성매매 여성이 택하는 마지막 길"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단속을 해 요즘에는 아예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올해 초부터 시위를 하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해 돈을 벌지 못했다"며 "절반 이상은 현재 강남의 안마시술소나 오피스텔 등 신종 성매매업소, 해외원정 성매매업소로 빠져나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의 차별적 단속과 정부의 자활 사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김모(36·여)씨는 "집결지에만 경찰 단속이 집중돼 오히려 신종 성매매업소가 증가했다"며 "신종 성매매업소는 사실상 방치하고 눈에 보이는 집결지만 단속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의 동료 서모(32·여)씨는 "법 적용이 다르다면 누가 법을 믿고 지키겠냐"며 "단속이 어렵다고 눈에 보이는 곳만 단속을 하는 경찰의 단속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자활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김모(33·여)씨는 "자활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생활하며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면서 "미용 기술이나 요리 같은 것을 배우면 한달에 40만원 정도를 받는데 현실과 너무 동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여성단체들이 자활을 돕겠다고 한달에 한 번 정도 찾아와 불량식품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컵라면 등을 나눠준 적이 있다"며 "생색내기에 불과한 자활 사업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의 또다른 대표적인 집창촌인 동대문구 전농동 속칭 '청량리588'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폐업이 본격화되면서 업소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투명한 유리 앞 의자에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게 전부였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게 지친 듯 빠른 비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지나가는 남성들을 익숙한 몸짓으로 맞이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은 더러 있었지만 업소에 들어가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은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 외국인들만 들뜬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손님을 기다리던 한 여성은 "청량리가 자꾸 매스컴에서 집중돼 이곳만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여기보다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곳은 장사가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유리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한 여성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공부할 기회도 없이 자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이곳까지 떠밀려 왔다"며 "단속도 자주 하고 경찰차도 자주 돌아다녀 손님들이 오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듯 삼삼오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손님이 오지 않는 업소에는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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