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환율개입' 발언, 의도된 실수일까?
박재완 '환율개입' 발언, 의도된 실수일까?
  • 김민자 기자
  • 승인 2011.10.3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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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환율 개입' 발언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넘었을 때 정부가 개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환율과 관련해 '개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환율정책에 대한 정부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환율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으레 "환율은 시장의 결정에 맡기겠다", "급격한 쏠림이 있으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하겠다"는 말이 앵무새처럼 따라 붙기 마련이었다.

물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환율 하락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렸고, 반대로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정량을 시장에 풀어 환율을 낮췄던 것이다.

최근에는 달러를 사고파는 '직접개입' 뿐만 아니라 '구두개입'의 강도도 세졌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200원 아래로 떨어졌던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는 시장에서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을 때 개입한다"면서 "스무딩오퍼레이션 보다 조금 더 나간 개념"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시장 개입을 인정하고 미세조정 이상으로 개입 강도를 높이겠다고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급기야 경제수장인 박 장관까지 나서 '개입'을 시인했다. 재정부는 박 장관의 발언을 '실수'라고 보면서도 시장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분위기다. 정부가 1200원 사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당장 1200원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전문가들도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점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부가 지금보다 환율이 더 오를 경우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향후 오버슈팅(이상급등)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권 관계자도 "그동안 우리 정부가 자국의 수출에 유리하도록 환율하락을 막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환율개입 발언으로) 이러한 인식이 뒤집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가 직접 환율개입 사실을 언급한 것을 두고 '신중치 못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다른 나라에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바람'처럼 환율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다. 실제 당국자들의 개입이 빈번할수록 투기세력은 더 마음 놓고 환율 상승에 베팅해 왔다. 2008년 7~8월에도 보유액을 150억 달러나 소진했지만 환율은 결국 1500원선을 넘겼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박 장관의 발언이 환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당국자로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시장 개입은 자칫 시장의 왜곡된 기대심리를 형성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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