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푸틴 퇴진' 요구 대규모 시위…중동 민주화 운동의 불꽃, 러시아로 옮겨붙나?
모스크바서 '푸틴 퇴진' 요구 대규모 시위…중동 민주화 운동의 불꽃, 러시아로 옮겨붙나?
  • 유세진 기자
  • 승인 2011.12.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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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렘린 궁전을 점령하라'
중동 민주화 운동의 불꽃이 러시아에까지 옮겨 붙을 기세다.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자유선거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12년 철권통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시위 참가자는 경찰 추산 최대 12만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옛 소련이 붕괴된 지 20년 만의 최대 규모 시위다. 2주 전 소규모 시위 때에 비해 시위대 규모는 물론 조직력도 향상됐다. 전국의 소규모 시위대들도 지난 4일 러시아 총선 부정선거로 점화된 시위의 불꽃을 키워나가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옛 소련 시대의 종언을 고한 미하엘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깨어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거대한 희망이 용솟음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또 "푸틴이 권력을 평화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며 "푸틴은 자신이 행한 긍정적 업적으로 기억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위대의 지도부는 "부정선거로 귀결된 총선 재실시와 사기죄로 고발당한 당선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며 "동시에 내년 3월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에는 아직 구심점이 될 리더도, 오는 3월 선거에서 푸틴에게 도전할 후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시위대에는 자유주의자와 민족주의자, 진보세력이 뒤섞인 채 뾰족한 대안 없이 "푸틴 없는 러시아"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진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푸틴의 측근이었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면서도 "시위가 폭력 사태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위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흰색 리본을 “콘돔 같다”며 조롱했던 푸틴 총리는 사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시위대의 분노를 진화하기 위해 앞으로 있을 선거의 경쟁 구도를 보다 치열하게 재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위대의 지도부는 "우리는 그를 믿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번 시위를 다루면서 푸틴의 조롱은 보도하지 않았다. 경찰 당국은 철제방패 없이 시위대를 둘러쌌으며 헬기를 띄워 상황을 주시했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부정선거로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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