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중국의 꼼수, 차라리 달라이라마 불러라
탈북자와 중국의 꼼수, 차라리 달라이라마 불러라
  • 두기하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3.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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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북송금지 촉구하는 정 전 대표
요즘 중국이 바쁘다.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은 지난 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신화통신과 인터뷰를 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중국식 국회가 전인대다. 개막에 앞서 “국가해양국은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蘇巖礁) 등 중국 담당 해역에 대해 정기적인 권익 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 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7월 국가해양국 소속 관공선 3척을 이어도 해역에 보내 침몰 선박 인양 작업을 하던 한국 선박에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12월에는 중국 최대 해양 감시선인 3000t급 하이젠(海監) 50호를 이 해역 순찰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해 왔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제주도 남쪽 11㎞)에서도 남서쪽으로 149㎞ 떨어진 수중 섬이다. 파랑도(波浪島)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이 섬은 전설의 섬이었다. 파도가 칠 때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이 섬에 대해 전설상으로 우리 선조는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독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토다. 1990년에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중·일 3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교차하는 지역인 이어도 부근에는 최대 1000억 배럴의 원유와 72억t에 이르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잘한 것도 없이 총선 압승을 앞둔 통합민주당에도 큰 부담이 될 ‘해적기지’ 운운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다양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왜 중국이 이어도 문제를 언급했을까? 마치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행동을 하는 중국의 진심은 무엇일까? 그 타이밍이 매우 절묘하다. 우리의 해군기지 건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이 인제 와서 이어도 등을 언급한 것은 역시 계획된 히든카드로 꼼수일 뿐이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로 이슈화됐다. 300명으로 늘어나게 될 의원 중에 오직 한 명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의 단식과 탈진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채사건으로부터 상아밀수, CNK 문제까지 온통 문제투성인 외교통상부에 대한 저격수로 활약하던 박 의원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비호감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성환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서 클린턴 미국국무장관과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만나게 한 것을 보면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려줬다.

모두 자기 밥그릇만을 챙기던 그때 박 의원만은 다른 길을 걸었고 더 큰 밥그릇을 챙기게 된 것이다. 물론 박 의원의 고아원생 50명의 탈북 관련 정보 공개를 두고 탈북자와 전문가, 인권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대단히 부적절한 정보 공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도 남한에서 탈북 보도가 나오면 즉각 중국에 체포와 송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스템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박 의원의 활동은 면죄부가 따로 필요 없을 것이다. 박 의원의 활동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전 세계에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일선에서 일하는 중국담당 외교관에게 전 세계의 기업과 외교관들은 중국은 어떤 나라냐고 자주 묻곤 한다. 여하튼 탈북자 북송에 대한 중국의 인권에 무책임한 태도를 묻는 세계인의 시선에 중국은 매우 곤혹스럽다. 탈북자문제를 한국과 중국 간의 양자(兩者)문제가 아닌 다자(多者) 문제화 한 것은 자기 잘못 모르는 중국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덮어야 할 중국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핵심이익을 말하면서 이어도를 언급하는 묘수를 부렸다.

핵심문제에는 여러 나라를 상대하는 것보다 당사자국간의 문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외교의 철칙이라고 한다. 일본과 동남아 여러 나라와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이어도 제까지 끌어들여 국제문제화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급한 것은 한국이 계속해서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면 이어도 영유권도 문제로 삼겠다는 위협이다. 이 꼼수에 우리 일부 언론과 외교부가 놀아나고 있다.

이유는 이것뿐만 아닐 것이다. 중국의 요청으로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소송의 판결이 얼마 전 진행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김의환 부장판사)는 지난 7일 파룬궁 수련생 S(44)를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파룬궁(법륜공)은 중국의 리훙즈가 불교와 도교 원리에 기공을 결합해 창시한 수련법 또는 수련집단이다. 중국 정부는 1999년부터 이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사교집단으로 몰아 탄압을 가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난민인정을 처음으로 판결한 것이다. 앞으로의 파급효과가 대단할 것으로 이에 대한 주한중국대사관에의 문책도 예상된다.

교부 당국자는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보도된 발언이 사실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등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에 확인을 요청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응 여부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이 이미 터졌는데 사실 여부도 확인해야 하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도 확인해야만 되는 정말 딱한 사정이 벌어졌다. 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외교에 매뉴얼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마늘 파동문제로부터 지금까지 끌려만 다니는 한중외교 정말 이대로 좋은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얼마 전 신문을 보면 동북공정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고조선의 실체를 보여줄 요하무명은 이미 중국의 최초의 문명으로 포장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체류하던 대표적인 티베트 승려 2명이 거의 동시에 출입국관리소에 한국인으로의 귀화를 신청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탈북자 관련 업무를 하다가 중국에 억류 중인 2명의 국정원 요원들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이와 같은 일들이 사용 여하에 따라 모두 외교적인 협상 카드로 적극 사용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이번 총선에 공천을 못 받은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줄기차게 티베트의 인권 문제를 논하고 나아가 달라이라마를 부르자고 계속해서 외치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대중에게 평가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갈수록 더해가는 한중 무역의 비중을 생각해 보면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는 중국의 요구에 적극 응하며 뒤에서는 국회의원과 여론 탓을 하며 더 많은 실익을 요구하는 묘수를 우리도 부릴 때가 된 듯하다.

차라리 달라이라마를 부르자. 정권 말에 달라이라마를 부를 때 우리가 국내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포스트 이명박 시대가 박근혜의 시대가 될 것 같다는 일부 명리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G20 의장국,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국제평화와 인권 그리고 종교적 편향성 논쟁에서 벗어나는 또 하나의 치적이 될 것이다.

2013년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차기 대통령은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다시 대중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모던텀이 제공될 것이다. 잠시 한중관계가 냉각기를 가질 뿐이다. 지금같이 미국이 우리 뒤에 있는 한, 이 점을 적극 활용해 중국에 질질 끌리는 외교가 아닌, 보다 가끔이라도 한마디 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도 정상적인 외교가 가능할 것이다. FTA를 비롯해 많은 불안정성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다른 대책이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가 6·25 전쟁의 그 중공을 미국보다 더 저항감 없이 친숙하게 여기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 해적기지 운운마저 나오게 된 것이다. 티베트 인권문제, 달라이라마 방한문제, 법륜공 문제, 대만문제 등 우리가 직접 실행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가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카드들을 진지하게 현실화시키도록 정부와 불교계의 끊임없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대해 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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