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없는 이구원, 그래서 천주교 신부 불가?
사지없는 이구원, 그래서 천주교 신부 불가?
  • 김정환 기자
  • 승인 2012.03.1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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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원, 이광필
 지체장애인은 가톨릭 사제(신부)가 될 수 없다?

가수 겸 생명운동가 이광필(49)씨가 지체장애인이 신부가 되는 길을 사실상 봉쇄한 가톨릭 교회법을 문제삼고 나섰다. 이광필씨는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베네딕토 16세(85) 교황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가톨릭, 특히 한국천주교회가 지체장애인이 신부가 되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정중히 개선을 요청했다.

이광필씨의 호소문은 자신이 16년 이상 매월 일정액을 후원해오고 있는 '한국의 오토 다케' 이구원(23)씨 때문이다. 이구원씨는 태어날 때부터 양팔과 양다리 등 사지가 없지만 정신력과 의지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감동을 안긴 인물이다. 2008년 지방의 한 가톨릭대 신학과에 입학, 신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필씨는 지난달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연 '2012 사제서품식' 관련 뉴스를 보다 불현득 이구원씨가 생각나 이구원씨를 돌보고 있는 가톨릭 단체에 연락했다. 대학에 진학한지 5년이 되는 만큼 사제가 되는 길을 잘 걷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됐다. 지체장애인인 이구원씨는 신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광필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가톨릭대, 성당, 천주교구 등을 통해 가톨릭에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교회법이 있는데 거기에 '신체장애인은 신부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주한바티칸 대사관에 문의, "그런 교회법이 있긴 하지만 해외에는 신체장애를 갖고도 신부가 된 사례들이 여럿 있다"는 답변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교황의 직접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편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광필씨는 "이구원군이 다니는 대학교에 물어보니 '이구원군은 4학년이 됐는데 본인이 신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얘기했다'며 '앞으로 더 두고 봐야한다'고 하더라. 또 이군을 돕고 있는 단체에서는 '이군이 신부는 못되더라도 신학 공부는 꾸준히 할 것'이라고 했고, '수사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며 "알아보니 한국에서는 신체 장애자는 가톨릭대 신학과 입학도 사실상 불가능하더라. 아마 이군은 교구장 신부의 배려로 입학이 가능했던 듯하다. 그렇다면 한국 천주교회에서 조금 더 배려를 해준다면 해외처럼 아니, 세계 최초로 사지장애신부가 탄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광필씨는 "이군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만났을 때 '신부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어 내심 기대했다"면서 "사지가 없는 이군은 몸을 움직이려면 몸을 굴려야만 한다. 그럴 때면 턱을 바닥에 대고 중심을 잡은 뒤 몸을 360도 돌리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 행동을 태어나서부터 평생 해왔기에 턱과 입 그리고 치아에 강철같은 힘을 갖게 됐다. 그가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어떤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심지어 컴퓨터까지 입으로 하는 것을 보면 입에 나무젓가락 같은 것만 줘도 미사 절차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신체장애로 인해 신부가 되겠다는 꿈조차 벽에 가로막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짚었다.

특히 "이군은 절대적인 장애상황이라 차치하고라도 소아마비나 손, 발이 하나라도 없는 신체장애인, 시각장애인도 신부가 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국내에서도 청각장애인 신부는 한 분 탄생한 것으로 아는데 다른 장애인은 한국 가톨릭 신부가 될 수 없는지 매우 궁금하고, 안 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방법은 없는지 교황의 의견을 듣고 싶어 호소문을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광필씨는 2010년 3월26일 북에 의해 천안함이 폭침 당하면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교황에게 보냈다. 교황은 공감의 뜻을 담은 답장을 보내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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