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오만
삼성전자의 오만
  • 박민수 부국장겸 산업부장
  • 승인 2012.03.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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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개 못주는’ 삼성전자
 ‘제 버릇 개 못 준다’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버릇은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는 속담이다.
본성은 그만큼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하는 짓을 보면 이 속담이 딱 맞아떨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에 대해 과징금 4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가격을 정상가보다 부풀려 대리점에 공급한 뒤 대폭 할인해주는 것처럼 고객을 유혹하는 편법 상술에 대한 조사였다.
그러나 경제경찰로 불리는 공정위 조사관들은 현장에 출동해 조사는 커녕 체면만 구겼다.
사측의 사주를 받은 용역직원들의 조직적인 방해에 가로막혀 1시간여 동안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모든 증거는 사라진 뒤였다.
경찰이 범죄 현장에 출동했다가 범인들의 위세에 눌려 증거도 제대로 확보 못한 채 철수한 꼴이 되버렸다.
삼성의 조사방해 행위는 공정위의 권위를 전면 부인한 것이며 나아가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일류기업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4억원 부과는 역대 최고였던 CJ제일제당의 밀가루 가격 담합 조사 방해보다 6000만원이나 많은 액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과 2008년에도 조사방해 행위로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상습범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도덕성이 마비돼 있으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된다.
삼성의 상습적 법 무시 행위는 도덕적 타락에서 비롯됐다.
삼성의 도덕적 타락은 자신감과 힘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과 힘은 바로 돈이다.
아직까지는 돈으로 삼성공화국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힘이, 오만함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조직도 기업도 국가도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삼성의 기술력 만큼이나 공권력을 무시하는 태도도 삼성답다.
지난해 연매출 165조원의 삼성전자에게 있어 과징금 4억원은 그야말로 껌 값 일게다.
그래서인지 불법을 저지르고 과징금, 벌금을 물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나쁜 짓 하다가 걸리면 ‘간에 기별도 안가는’ 벌금이나 내고 적당히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배짱경영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조사당해서 불법행위기 드러났을 때 받는 불이익 보다 잠시 무리수를 두더라도 과징금 맞는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역대 사상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데는 분명 배경이 있다.
공정위가 뿔 나 있다는 사실을 삼성전자는 알고 있을까?.
만약 공정위가 이정도 성질도 내지 못한다면 국가기관, 공직자로서의 자격과 자존심이 없다고 봐야한다.

일반 국민들도 삼성전자에 대해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권력까지 무력화시킨 오만한 기업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리 없다.
삼성전자는 이제 공권력도 우습게 볼 정도로 몸집이 커져버려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공권력도 하찮게 여기는 기업이 일반 소비자 따위야 안중에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연 이건희 회장이, 삼성이 잘나서였을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사랑, 성원과 응원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정부마저 우습게보고 공권력까지 무시하는 정부위에 군림하는 기업이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삼성의 이런 몰염치와 부도덕 오만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삼성그룹은 이미 불법과 배신의 역사에 익숙하다.
지난 1966년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는 사카린 2259 포대(약 55t)를 건설자재로 꾸며 들여와 판매하려다 들통이 났다.

뒤늦게 이를 적발한 부산세관은 같은 해 6월, 1059 포대를 압수하고 벌금 2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사카린 밀수를 현장지휘 했다고 밝힌 이맹희씨가 1993년 발간한 ‘회상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은 박정희 대통령과 이병철회장의 공모 아래 정부기관들이 적극 감싸고 돈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밀수였다고 고백했다.

삼성은 태생적으로 불법과 편법에 이미 길들여져 있는 기업이다.
오만함을 넘어 삼성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삼성을 우리기업이라고 해서 계속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국민을 무시하고 공권력마저 무시하는 삼성의 오만함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저께 한 조간신문에는 헐리웃 스타 조지 클루니가 워싱턴 수단 대사관 앞에서 수단정부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갑을 찬 채 사복경찰관에게 끌려가는 사진이 크게 실렸다.
선진사회일수록 법 앞에 예외는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무수히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도마뱀 꼬리 자르듯 대충 넘어가는가 하면 공권력 까지 무력화 시킨 삼성의 오만함은 언젠가 화를 부를 게 분명하다.
이번 사건을 또 그대로 넘긴다면 삼성은 국내시장에서의 신뢰는 물론 국민적 신뢰도 잃게 될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고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엄이도종(掩耳盜鐘)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
올해는 그야말로 정치적 격변기로 재벌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가뜩이나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진흟탕물을 만드는 일은 막아야 한다.

삼성은 말로만 윤리경영 외치지 말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자신만 살겠다고 삼성의 이름을 더럽히는 인사들이 계속 삼성에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삼성이 살고 국내 대기업들도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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