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존중하는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다양성 존중하는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 한재갑 대기자
  • 승인 2012.03.22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지난 12일 '다문화 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정책을 확대·강화한 수준에 그친 것이 아쉽지만, 그나마 정부가 다시 한 번 다문화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이미 다문화사회의 문턱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30만 명에 이른다. 외국인 자녀도 15만 명이 넘는다. 초·중·고교의 '학령인구(學齡人口)'는 연평균 약 22만 명이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 학생 수는 약 6천 명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014년에는 다문화 학생이 전체 초·중·고생의 1%를 넘어서리라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로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다문화가정은 크게 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증가는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고 문화적 다양성이 증대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다문화사회를 일찍 경험한 나라들은 공통으로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부적응과 낮은 학업성취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학생들의 취학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취약해 기초학습능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가장 기본적인 학습기능인 언어능력의 발달이 늦다 보니 교사나 교우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불법체류자 자녀는 신분상의 불안으로 학교생활까지 불안정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예도 많고 교육의 문을 넘지 못한 채 학교 밖에 방치된 교육 소외계층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다문화가정 학생이 정규교육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고 교육격차도 없도록 해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을 우리 사회에 일방적으로 동화시키는 정책보다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다문화 교육정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다문화 예비학교, 이중언어강사, 선도학교, 교·사대 학생 및 현직 교원에 대한 교육·연수, 멘토링제, 진학·진로지도 정책도 2007년부터 시행해오던 내용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정책을 좀 더 확대하고 강화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국어 교육과정(KSL) 신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어 교육과정(KSL)은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사안이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도 도입을 제안했지만, 아직도 연구에만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을 맡는 곳도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중구난방이다. 다문화 학생의 학습 지원, 다문화가정에 대한 고용 대책과 경제적 지원, 자녀의 출산과 양육지원, 인적자원 개발 등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한 각종 정책도 중복되거나 겉돌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짜임새 있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외국인 주민이 10%를 넘고 미국은 30%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2020년경이면 5~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NESCO,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다문화가정 문제가 중요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단일민족에 집착하는 것은 인종과 민족, 문화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세계화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사회통합을 실현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방법'을 학습할 때이다.

【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