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처한 한국의 대학
존폐 위기에 처한 한국의 대학
  • 한재갑 교육·학술 대기자
  • 승인 2012.05.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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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갑 교육칼럼
대학을 상징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예전에는 대학을 상아탑(象牙塔), 우골탑(牛骨塔)으로 비유했고, 최근에는 등골탑(鐙骨塔)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상아탑은 현실 세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학문이나 예술에만 전념하는 학구적인 태도를 이르는 말로 사용됐다. 19세기 최고의 비평가로 꼽히는 프랑스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고고(孤高)한 예술지상주의 태도를 보인 당시의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를 비평할 때 사용한 말에서 비롯됐다.

우골탑은 가난한 농가(農家)에서 재산목록 1호로 여겼던 소(牛)를 팔아서 마련한 대학등록금으로 세운 대학 건물을 상징했다. 대학을 비속(卑俗)하게 이르는 말로 사용된 것이다. 당시에 부모님은 집안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자녀 교육에 투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때는 대학생을 ‘먹고 대학생’이라는 말로 빗대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해서 학업에 열중하기보다는 놀기만 바쁜 학생을 지칭한 것이다. ‘먹고 대학생’도 그럭저럭 취업이 되었기 때문에 유행했던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을 등골탑, 인골탑으로 지칭한다. 등골탑은 대학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등록금 부담도 커지면서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부모 등골이 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골탑’이라는 격한 말을 회자하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태반이 실업자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이 깨졌고, 교육의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대학을 상징하는 말이 변해왔지만, 우리 대학들은 그동안 양적 팽창만 거듭했지 질적 변화를 위한 노력은 게을리 했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가 고도성장 하면서 대학교육을 받은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다소간의 비리가 있거나 교육의 질이 부족해도 양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정부도 무분별하게 대학설립을 인가해줬고, 대학은 외형만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대학은 오늘날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는 등 많은 변화가 예고돼 있다. 부실 대학 퇴출이 현실화되고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건동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8월 말까지 스스로 학교 문을 닫겠다고 신청했다. 또한 교과부는 벽성대에 대해서는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2차 경고를 했다. 두 대학은 학교재산을 무단 처분하거나 불법 집행하고, 학생들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학점과 학위를 주는 ‘학위 장사’도 서슴지 않았다. 부당한 학사운영과 재단비리로 감사원의 감사 및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건동대가 폐교되면 자진해서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2006년 수도침례신학교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벽성대는 광주예술대(2000), 아시아대(2008), 그리고 지난해 명신대, 성화대에 이어 교과부의 학교폐쇄 명령으로 폐교되는 다섯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교과부가 중대 부정·비리가 있고,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에 대하여 상시적으로 퇴출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대학 개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학들은 상아탑, 우골탑, 등골탑으로 상징되던 현실을 넘어서야 하는 도전을 받고 있다.

대학 입학정원과 비교하면 입학 가능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 사회도 지식기반사회로 변했다. 새로운 지식의 창출 및 활용 능력에 따라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되고 있다. 직업과 진로에 대한 학생의 인식도 변하고 기업의 채용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대학교육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과 사회가 대학교육을 받은 것 자체보다는 어떤 내용의 교육을 받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존폐 위기에 처한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상아탑, 우골탑, 등골탑으로 상징됐던 대학의 모습에서 탈피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대학의 뼈를 깎는 개혁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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