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62주년이 되는 금년은 우리로 하여금 그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중요성, 평화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곳곳에서 6.25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진전이 열리기도 하고, 생존한 외국 참전 용사들이 한국을 찾아와 62년 전 목숨을 걸고 싸웠던 장소를 찾아 그 날을 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세계 정의와 평화를 위한 그들의 고귀한 정신을 결코 잊을 수가 없으며, 우리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결의를 하게 된다.
6.25 전쟁이 발발하고 6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남북은 여전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중이다. 전쟁은 여전히 휴전 상태이고 남북은 막대한 군비를 늘려가며 군사력을 증대하기에 바쁘다. 따라서 오늘 한반도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과 일본을 비롯,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남한은 여전히 우파와 좌파, 친북과 친미로 분열되어 서로 헐뜯고 있다. 심지어는 남남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종북논란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념에 의한 갈등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심지어 교육 현장에까지 죄파와 우파로 나뉘어 서로 적대시하며 대립하고 있다. 6.25 전쟁을 통해 우리 민족은 이념에 의한 갈등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반세기를 지나도록 민족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동족상잔의 비극은 여전히 유령처럼 떠돌며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전쟁을 멈추지 않게 하고 있다. 분단 이후 남북은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빚어 왔고, 지금도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어렵사리 남북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상호 협력관계를 맺어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남북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적대관계로 회귀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사회는 다시 이념 전쟁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 진보 시민단체와 보수 시민단체들이 서로 갈등을 빚으며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모습은 아직 6.25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실 해방이후 우리 민족 대부분이 무엇이 공산주의이고 무엇이 자본주의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국민들이 자의적으로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는 분단되어 서로 총을 맞대고 대치하게 되지 않았던가. 결국 6.25전쟁은 강대국의 냉전체제에 의한 우리 민족의 희생이며 비극이다.
6.25 전쟁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어느 편이냐에 따라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었다. 이 불행한 기억의 역사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하는 증오와 갈등, 그리고 적대감으로 바뀌어 있다.
공산주의가 이미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불행한 기억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다시 자식에게 대물림함으로써 마치 영원히 남북이 서로 용서할 수 없는 적으로 여기게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기억인가. 따라서 우리는 이 비극적인 기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는 것보다 화해와 용서로 아픈 기억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랑의 정신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개인의 복수심에 기인한 증오심을 오래토록 기억하여 이를 우리 사회에 다시 불러일으켜 지금처럼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얽매인 기억보다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통해 민족의 화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평화적인 유산을 자식에게 남겨 줄 때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오고 마침내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서로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관용의 정신을 앞세울 때 우리 사회는 이념보다 정의가 지배하는 보다 성숙한 참된 사회로 발전할 것이며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평화통일’은 ‘때가 찼을 때’ 하늘에서 선물로 주실 것이다. 그러나 그 선물은 한국교회가 진정 역사의식을 가지고 조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예언자적 역할을 할 때에 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