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고백으로 우뚝서자
참회고백으로 우뚝서자
  • 이규희 목사/예장 우리총회 총회장
  • 승인 2012.08.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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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민족해방절을 맞았다. 일제의 총칼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이 억압받은 자유를 되찾은 날이다. 선조들이 죽음과 맞바꾼 나라이기에 더욱 값지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개인의 안위보다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다. 당시 몇몇 파렴치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총칼의 위협에 변심해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한국교회 전체는 매서운 돌팔매를 맞고 있다.

더욱이 변심한 지도자들은 ‘신사참배’와 ‘황거요배’, ‘신도예배’ ,‘동방요배’ 등 우상숭배를 아무런 주저 없이 자행하고 말았다. 오히려 양심 있는 목회자들이 신사참배운동을 거부했을 때 그들을 경찰에 밀고해 갖은 고문과 옥고를 치르게 앞장섰다. 이들은 자신뿐 아니라, 교인들에게도 신사참배를 권유했다. 아예 예배당에 ‘가미나다’란 이동식 신사를 설치해 예배 전후로 그것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누구보다 진실한 행동을 했었어야 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스스로 치욕의 얼룩을 남긴 것이다. 더욱이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목회자들이 우상숭배를 했다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광복 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과거사 청산과 참회고백에 있다. 총칼에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신사참배를 했던지, 스스로 참여했던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까. 과거 친일행각을 벌였던 이들은 시대가 변하자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기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덮어두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을 향해 참회고백을 권유하는 뜻있는 목회자들을 매장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친일인명사전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대거 수록되자 보수성향을 띤 목회자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총칼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행된 일이기에 이제 와서 단죄를 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총칼의 위협에도 목숨 바쳐 독립을 외치던 독립투사나 학생, 노동자들의 죽음은 헛되었단 말인가 반문하고 싶다. 설령 총칼의 위협에 못 이겨 친일행각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훗날 자신들이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야하지 않나 되묻고 싶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 자신들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덮어두기에 유리한 말 뿐이다.

역사적으로 독일이나 일본 등의 교회는 자신들의 국가가 저지른 과거 행적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참회의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정작 한국교회에서는 참회의 기도를 드리는데 인색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정권에 줄을 대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에만 몰두할 뿐이다. 다시 말해 일제 강점기, 민족해방, 6.25 전쟁, 군사정권, 문민정부, 국민참여정부 등을 거치면서 배만 갈아탔을 뿐, ‘있는 자’의 대열에 속해 있었다.

민족해방 67주년과 대한민국정부수립 64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다. 굴절된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의 참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잘못이 있었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회개와 각성을 통한 참회의 기도를 드리면 된다. 정말 참회할 마음이 있다면 명예를 접어두고라도 고개를 조아릴 수 있어야 한다. ‘진실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회개할 때 잃어버렸던 한국교회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감추는데 익숙하기보다는 올바른 역사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신앙선배들의 잘못을 참회하는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가뜩이나 한국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데, 찜찜한 과거는 빨리 청산해야 한다. 민족해방절을 맞아 한국교회가 지나온 100년의 역사보다 앞으로 100년의 역사를 올바르게 써나가는 중추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 더 이상 수치스러운 역사를 써내려가지 말고, 민족의 중심의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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