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인권보다 중국 눈치만보는 외교부
국민 인권보다 중국 눈치만보는 외교부
  • 강수윤 정치부 기자
  • 승인 2012.08.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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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저자세 대중(對中) 외교'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중국에 114일간 구금됐다 풀려난 대북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외교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며 중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작 중국은 "자체 조사 결과 그런 일이 없다"며 묵묵부답으로 버팅기고 있다.

외교부는 김씨의 가혹 행위를 구금 74일 만에 뒤늦게 인지했다. 지난달 2차 영사면담 때에는 "전기고문과 구타 등이 있었다"는 김영환 씨의 진술을 듣고도 중국 측에 사실확인 요청만 했을 뿐 이 사실을 숨겼다.

심지어 외교부 당국자는 김씨가 당한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공개해달라고 하자 "가혹행위는 본인이 공개할 사항이지, 본인이 말을 안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재외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자국민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국 당국에 붙잡혀 고문까지 당했는데 "본인이 확인할 사항"이라는 외교부의 무책임한 답변은 기가막힐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외교부는 일이 벌어진 뒤에야 사실관계 확인하고 유감만 표명하는 부처냐'는 비아냥 섞인 냉소도 나온다.

국민이 명백한 인권침해를 받았음에도 중국에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국제기구 제소나 국제사회 쟁점화 등 다른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점은 더욱 실망스럽다. 가혹행위를 순순히 인정할 리 없는 중국 당국의 입을 바라보며 '사실 확인'에만 매달리는 외교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답답할 따름이다.

따지고 보면 외교부의 대중 외교는 그동안 숱한 패배를 맛봤다.

당장 올해 초 중국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사건 등 중국과 마찰이 일어난 문제에 대해 '외교적 마찰' 운운하며 말로만 '엄중대처'를 외칠뿐 이내 저자세로 일관해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같은 대처의 기저에는 물론 중국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21세기 들어 미국에 견줄만한 신흥초강대국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 나라와의 외교가 구멍가게 흥정처럼 수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김영환 씨 사건에 관한한 외교부의 초기대응은 복지부동 그 자체로 낙인찍힐 만하다.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 인권은 국경을 초월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인식이다. 중국이든 중국의 할애비도 이 강력한 인류사적 공감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외교부가 이 강력한 명분의 카드를 왜 미리부터 내던졌는지 따져볼 일이다.

외교부는 중국 측에 김영환 씨의 가혹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 부당한 처사가 드러날 경우 엄중한 항의와 사과를 이번에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굴욕외교'가 아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요구를 중국정부에 당당하게 말하는 듬직한 외교부가 되어주길 바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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