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그리고 교회
런던 올림픽, 그리고 교회
  • 임성택목사 <그리스도대학교 총장>
  • 승인 2012.08.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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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독립국으로 세워지지도 않았던 시절, 사제 여권을 만들어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어냈다는 믿기 어려운 뒷이야기들을 이번 런던 올림픽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아들딸들이 신나게 경기장을 누비며 메달 사냥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대견하다못해 가슴이 시릴 지경이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 중략 .. 태양너머에 잘 사는 나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나” 이렇게 노래 부르며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겨우 벗어나 경제 대국을 꿈꾸는 지금, 우리 자식들이 태양 너머 잘 살던 그 자식들과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너무 신나게 잘 놀며, 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이돌들이 몰고 다니는 한류 덕분에 가는 곳곳마다 대접 받는 기분은 정말 삼삼하다. 그래서 지난 날 눈물로 노래 불렀던 어린 시절을 돌이키며, 지금 우리 자식들의 신나는 노래 소리에 감사한다.

그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교회의 피눈물 나는 기도와 헌신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조국의 역사를 하나님 전에 올려놓고 기도하며, 모든 분야에서 십자가를 매는 심정으로 함께해 왔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그늘진 곳을 섬기던 교회를 사회는 존경했고, 자신들과 구별하여 따르며 교회로 몰려들었고 부흥했다. 급기야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서 교회의 역할은 막중해졌고, 교회부터 성장한 NGO들의 힘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런데 그 힘과 자랑스러운 유산이 한국 교회의 슬픔이 되고 있다.

광복 후 그 험난했던 세월을 견디며 한국 근대사를 이끌었던 교회가 언제부터인가 사회로부터 청산대상이요 개혁대상이 되어 버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도 교회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상속한 젊은 세대로부터 당한 외면은 한국 교회의 참담한 현실적 수치요, 암울한 미래를 근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교회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수혜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교회를 비난할까? 필자는 그것이 교회가 생명과도 같은 영웅적 신앙심과 고결한 도덕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적 신앙심은 세상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성도들의 태도이다. 이 땅에 소망을 두지 아니하고 영원한 천국을 사모하며, 어리석고 우둔하다할 정도로 교회에 충성하는 모습을 세상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런 성도의 삶의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가슴에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고, 비록 불신자라도 이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웅적 신앙심으로 저 영원한 세계를 사모하는 성도들이 건재하는 한 세속은 교회를 함부로 할 수 없다. 이것이 세속을 향한 교회의 생명력이다. 

그 다음이 고결한 도덕성이다. 비록 세속의 타락이 극을 향하더라도 교회와 성도는 그러지 말라는 그들의 내적 요구이다. 그들은 도덕적 요구에 있어 절대로 자신들과 성도들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속은 온갖 죄악을 당연히 지으면서, 술먹는 집사를 향해 “집사도 술 먹느냐?”고 빈정거린다. 그것은 성도를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은 비록 술을 먹고 엉망으로 살더라도 성도들은 그러지 말라는 외침인 것이다.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자신들보다 성도들은 한수 위여야 한다는 요구이다.

그러기에 교회와 성도들이 이런 영웅적 신앙심과 고결한 도덕성을 처세에 거슬리고 시류에 맞지 않는다고 버렸을 때, 자신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성도들을 존경하고 따를 이유가 없다. 나아가 그 실망은 배신감과 교회에 대한 미움으로 나타난다. 지금 런던의 신나는 승전보를 들으면서 교회는 다시 초기의 영웅적 신앙심과 도덕적 고결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교회로 돌아올 것이며, 교회 안에서 그들의 힘찬 찬양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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