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내부거래 '본질, 부작용'
재벌 내부거래 '본질, 부작용'
  • 박주연 기자
  • 승인 2012.09.1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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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일가 재산 증식과 상속의 마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91년 49억원의 쌈짓돈을 들여 시스템통합관리(SI)업체인 SK C&C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현재 최회장의 투자원금은 무려 500배 이상 불어났다. 현재 SK C&C는 명실상부 SI업계 3위에 올라있다.

일반인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경영 귀재'의 솜씨.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펼친 결과 최 회장의 마법의 비밀이 한꺼풀 드러났다.

'신의 경영' 이면에는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건설, SK마케팅앤컴퍼니, SK 증권 등 7개사가 SK C&C를 집중 지원하는 구조가 촘촘히 깔려있었던 것.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SK C&C는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시장 평균가격보다 9~72%나 높은 가격에 수주를 따냈다. 이 과정에서 SI업체들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수주 경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른바 '내부거래'

배타적인 권한을 배경으로 계열사 이익을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마법의 구조'를 통해 최 회장과 총수 일가가 거둬들인 이익은 천문학적이었다. 그 사이 배당금으로 630억원을 챙겼지만 더 대단한 것은 지분 가치. 설립 당시 49억원이던 최 회장의 투자지분 가치는 현재 2조원을 훌쩍 웃돈다.
(30일 기준 SK C&C의 시가총액은 5조4750억원. 이중 총수일가 지분은 48.5%로, 보유지분 가치로 환산하면 2조6553억원)

공정위 조사관은 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총수일가 사익 추구의 전형적 사례"라며 "수의, 장기 계약으로 경제력을 부당하게 집중시켜 중소기업을 죽이고, 시장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규정했을 정도다.

사실 SK그룹이나 최태원 회장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대기업 일가를 배불리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그동안 대한민국 재벌그룹의 상용수단이었다.

3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50%이상인 계열회사(50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7.99%에 달했다.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관련 비판이 많았던 SI·물류·광고업 등의 내부거래 수의계약 비중은 91.8%였다.

CJ그룹 총수일가 지분이 100%에 달하는 건물관리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내부거래비중은 무려 97.17%에 달했다.

SK그룹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통신장비제조계열사 에이앤티에스 역시 내부거래지붕이 80.6%였고, 한화그룹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시스템통합관리(SI)업체 한화 S&C의 내부거래 비중은 57.76%였다.

이 외에 GS 총수일가가 93.3%의 지분을 가진 SI업체 GS아이티엠은 82.27%, SK 총수일가가 48.5%의 지분을 가진 SI업체 SK씨앤씨는 65.10%, 코오롱 총수일가가 48.2%의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 코오롱은 93.10%, 삼성 총수일가가 46%의 지분을 가진 삼성애버랜드는 44.52%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특히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은 무려 56.25%, 2세 지분율 100%인 계열회사 내부거래비중은 58.10%에 달했다.

총수일가들이 '신의 수단'을 통해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겐 '일하기 싫다'는 자조를 낳는다. 나아가 기업이나 재벌을 사시로 바라보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 정치권이 펼치는 '경제 민주화'의 불쏘시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벌 때리기라고 억울해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길 권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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