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아직 독립 못했나"…한국에선 찬밥 신세
"한글 아직 독립 못했나"…한국에선 찬밥 신세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0.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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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함께 누리다'
얼마 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 드라마 '차칸남자'가 잘못된 맞춤법 표기로 논란에 휩싸였다.

공영방송에서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시청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KBS는 한글 표기법에 맞는 '착한남자'로 제목을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의 대화는 더욱 심각하다. '부끄^//^ 안녕하세요~ 꼬땡이예요. 눈팅만 하다 글 올려요. 잇힝할 때 찍은 사진 올려요. 뒷간하지 마세요.', '친신걸어요. 반모콜이죠?'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문장을 번역(?)하면 '안녕하세요. '부끄럽지만 저는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학생이예요. 눈으로만 보다 처음으로 글과 기분 좋을 때 찍은 사진 함께 올려요. 뒤에서 험담하지 마세요', '친구신청해요. 반발괜찮죠?'가 된다.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6돌째 '한글날'이다.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7700만명이 사용하는 보급률 13위의 언어다. 2009년에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국어로 공식 채택하는 등 한류를 타고 세계인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한글은 찬밥신세다. 거리에는 영어 간판이 난무하고 한류의 주역인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영어이름이다. 또 '동주민센터', '119안전센터'와 같이 공공기관 이름에 불필요한 외국어나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오나전', '므흣하다' 등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통신어 사용이 어법파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특정 계층만 쓰는 이런 단어는 어느새 대체어로 자리를 잡을 정도다. 이는 세대 간 의사소통 단절이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외국어와 외래어, 은어, 비속어, 통신어, 지나치게 어려운 말 등의 사용이 도를 넘어섰다며 우리말의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말 순화운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국립국어원은 2004년부터 순화사업인 '우리말 다듬기'를 통해 '테이크아웃(take-out)'을 '포장구매'나 '포장판매'로 '바리스타(barista)'를 '커피전문가', '패키지(package)상품'을 '꾸러미상품' 등으로 다듬고 있다.

하지만 '팜 파탈(femme fatale)'→'매력악녀', '넷북(Net-book)'→'손누리틀', '시시티브이(CCTV)'→'상황관찰기', '웰빙(well-being)'→'참살이' 등 어색하거나 익숙지 않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단어들도 있어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영목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인 '열쇠'보다 영어인 '키'가 더 친숙하듯이 무분별의 신조어나 은어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순화를 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현실감 있는 단어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로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눈으로만 봐야 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소리"라며 "생소한 외국어가 몇달 만에 친숙해지듯이 (우리말로 순화된 단어가)어색해도 자주 쓰다 보면 익숙해지는 게 언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광복 직후 한글을 모르는 인구가 더 많아 한글운동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우리 말과 글은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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