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범죄 여론 '부글부글'…법원은 '집행유예'
청소년 성범죄 여론 '부글부글'…법원은 '집행유예'
  • 장성주 기자
  • 승인 2012.12.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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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성폭행
2008년 조두순 사건과 2010년 김길태 여중생납치사건, 2012년 오원춘·고종석 사건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 때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도 쏟아졌다.

대검찰청은 지난 7월 '성폭력대책협의회 제2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아동·장애인 대상 범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최소 10년 이상 구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법원은 지난 8월 '2012 전국 형사법관 포럼' 등을 통해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 국민들의 법감정에 맞지 않다고 공감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여·야 대선 주자 성폭력 문제 해결 온도차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사이에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성폭력 범죄 문제 해결의 온도차가 존재했다.

먼저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대두된 '화학적 거세' 부분이다. 박 후보는 즉각적인 단죄와 범죄예방 차원에서 찬성하는 반면 문 후보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개선을 통한 장기대책이 중요하다며 반대했다.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또다른 방편으로 사실상 폐기된 '사형제'에 대한 입장으로 박 후보는 "(아동 대상 성범죄는)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치고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준다"며 "(성폭력 범죄자를) 사형까지 포함해 아주 강력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사회적 폭력을 철저히 방지할 수 있도록 3개년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겠다"면서도 "사형을 다시 집행하자는 것은 우리나라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성폭행…"술 취해 우발적" 집행유예

성폭력 범죄에 해결을 위한 사회 각층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한 법원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잇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최모(26)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 양천구 한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며 인턴 직원 정모(17)양을 알게 됐다.

그는 지난 7월17일 0시30분께 서울 양천구 한 식당에서 정양과 함께 술을 마셨다. 취기가 오른 이들의 술자리는 같은날 오전 1시30분께 정양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어졌다.

최씨가 오전 2시께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정양은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그는 순간 돌변해 정양을 성폭행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보호관찰 1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잘못을 뉘우치며 정양과 합의했다"며 "그는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2명이 함께 성폭행…"미수에 그쳐" 집행유예

지난 3월15일 오전 3시께 서울 광진구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김모(21)씨와 배모(21)씨는 옆 테이블의 조모(18)양과 박모(18)양이 마음에 들었다. 곧바로 이들과 합석한 김씨 등은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이들은 같은날 오전 5시30분께 술집에서 나왔다. 조양과 박양이 집에 가기 위해 택시에 오르자 재빨리 함께 탔다.

배씨 등은 박양의 계속된 거부에도 불구하고 서울 양천구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린 박양은 화를 내며 혼자 집으로 가버렸다.

이 틈으로 노린 배씨 등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조양을 부축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같은날 오전 6시께 이들은 조양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조양이 강하게 저항해 실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배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동종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상해와 절도 등의 범죄 뿐만 아니라 이같은 성폭력 범죄까지 저질렀다"며 "조양은 배씨에게 100만원의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나 여전히 이들을 법대로 처리해 주기 바라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씨 등이 범행을 자백하며 뉘우치고 있고 조양에게 폭행을 가하지 않았다"며 "이들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배씨는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 "구체적 양형이유 공개돼야"

실제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30% 가량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00~2010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이 확정된 아동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 기준으로 지난 2008년 765건에서 2010년 999건으로 30.6%가량 증가했다.

또 2010년 발생한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440건의 28.9%인 127여건이 강제추행 516건 중 36.8%인 190여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문가는 법원이 양형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질적 평가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양형이유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미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이유는 양형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대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두루고려한다', '모두 고려한다' 등 양형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기준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일반 시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폭력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피의자의 합의 종용이 있었는지 등 '합의'로 인한 감형에 대해서 세밀하게 사안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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