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미군? 미국 경찰처럼 대응하라
난동 미군? 미국 경찰처럼 대응하라
  • 노창현 특파원
  • 승인 2013.03.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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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다보면 가끔 경찰의 과잉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다. 2년 전에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흑인 대학생이 경찰의 검문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으로 떠들썩한 적이 있다.

분명 경찰의 과잉 대응이었지만 임무 중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해당 경찰은 이렇다 할 징계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맨해튼 도심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도 충격이었다. 추적하던 경찰이 범인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시민과 관광객 여러 명이 유탄에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뉴욕 경찰의 형편없는 사격 실력이 비판을 받았을 뿐 함부로 총을 쐈다고 문제삼는 여론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경찰은 치안을 확립하고 시민을 보호하는 존재로 신뢰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속도위반 등 차량들을 단속하는 경찰은 보통 두 대가 따라붙고 한 대가 단속에 투입되도 근거리에서 지원 차량이 대기한다. 승용차를 위장한 ‘언더커버’ 차량이 아닌 한 ‘나홀로’ 단속하는 경찰은 없다. 반드시 2인1조로 유사시 대비를 한다. 단속 경찰은 운전자와 대화를 할 때도 한 손은 총집에 손을 대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니 운전자가 어떤 대응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찰이 법 집행을 할 때 시민들이 고분고분 따르는 것은 어설픈 행동을 했다간 총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속 경찰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한다고 느낄 때 바로 총을 꺼낸다. 이따금 발생하는 경찰관의 총기 사고도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주한 미군의 난동 추격 사건이 뉴욕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필경 NYPD(뉴욕 경찰)의 무차별 사격에 의해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전생에 복이 많아서 유순한(?) 한국 경찰을 만났기에 망정이지, 그들의 고향땅이었다면 처참한 최후는 물론, 일말의 동정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크고 작은 주한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공권력에 반발한 정도가 아니라 차량을 이용, 경찰관을 고의로 치는 등 살상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다.

알려진대로 주한 미군 딕슨 일병 등 3명은 이날 자정께 이태원에서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밀어버리고 도주했다. 이를 목격하고 추격한 택시기사 최모(39)씨와 이태원지구대 임성묵 순경(30)을 따돌리기 위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시속 150~160㎞로 질주하는 등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벌였다.

이후 상황은 가관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순순히 법 집행을 따르기는 커녕 차에서 나온 최씨와 임 순경을 향해 후진하며 부딛쳤다. 차에 매달린 임 순경을 벽에 밀어붙이고 세 차례에 걸쳐 받는 등 가히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임 순경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한 모양이다. 처음엔 공포탄을, 그다음엔 실탄을 땅을 향해 발사했고 이들이 계속하여 들이받자 두 차례 더 발사한 실탄 한 발이 한 미군의 어깨에 맞은 것이다.

택시기사 최씨가 임 순경이 죽은 줄 알았다고 생각했을만큼 광란의 탈주극을 벌인 이들은 기어코 미8군 영내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한국 경찰관이 죽든 말든 사력을 다해 영내로 도망간 이유는 단 한 가지,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면 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주한미군지위협정 ‘소파(SOFA)’ 조항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이 개정한 SOFA에 따르면 미군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살인 및 강간 사건이 아닌 한 한국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해야 1차 초동조사를 할 수 있고 현장 검거에 실패한 경우 미군이 출석 요구에 응해야만 경찰 조사가 가능하다.

딕슨 일병 등 3명은 사건 직후 용산경찰서에 출석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안전한 ‘성소’에서 이미 입을 맞추는 등 대응 전략을 꾸몄으니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대한민국의 존엄성과 법령을 무시하는 불완전한 소파협정 개정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내로만 들어오면 된다는 ‘불문율’을 만들어준 셈이다. 외출 외박하는 미군들에게 “나가서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부대로 살아서만 돌아오라”는 장면이 연상된다면 과도한 상상일까.

범죄를 저지른 주한 미군이 법 집행를 따르지 않을 경우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임 순경의 실탄 발사는 잘한 일이다. 그 자신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에 일찌감치 총으로 제압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차제에 대한민국 경찰은 주한 미군 범죄에 대해 미국 경찰, 특히 뉴욕 경찰의 과감한 법 집행을 참고해주기를 권한다. 남의 나라 국민은 물론, 공권력에까지 위해를 가하는 망나니 일부 미군들에게 과잉대응은 못할 망정, 미국식 대응으로 잘못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심어줘야 하지 않는가.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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