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검찰같은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경찰도 검찰같은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 표주연 기자
  • 승인 2013.03.19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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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다. 하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때 쓰는 말이다. 지금 경찰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적절한 문구가 또 있을까.

지난 17일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합의됐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정치권의 국정조사가가 합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조사 이후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통상 국정조사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이후 결과물을 놓고, 미진한 사항이나, 국민적 관심이 큰 부분에 대해 실시한다. 수사결과가 국민의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을 때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구로서 행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국정조사를 합의한 것은 매서운 질타로 읽힌다. 국정조사 합의가 여야의 주고받기식 정치협상의 결과물이라고 애써 생각하려해도, 경찰의 수사결과는 내놓기도 전에 휴지통에 처박힐 판이다.

곰곰히 되씹어 볼 일이다. 무엇이 경찰 수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나.

대한민국 경찰이 인터넷 댓글 관련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사 대상이 국정원 여직원이라는게 걸림돌이 되었을까. 하필이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대선국면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을까.

경찰은 대선 직전에 부실한 내용의 수사결과를 긴급 발표하거나, 수사 도중 책임자를 갈아치우는 등의 오락가락 행보로 스스로 신뢰도를 깎아먹었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까지 나서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자고 나섰을까.

경찰은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닭을 쫓았다. 결과가 어찌되었던, 힘껏 닭을 쫓았다면 자위라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경찰은 그러하지를 못했다.

대선 운동기간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설익은 수사결과 내놓았을때 많은 국민들은 '경찰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공직은 '민심'을 먹고 산다. 특히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소위 권력기관들은 더욱 그렇다. '민심'은 권력기관에 대해 더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권력기관의 잘못된 행동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의 가장 중요한 기구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없어지는 것을 생생히 보고 있다.

17일 여야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는 '검찰의 절반'이 날아간다'는 한탄이 나왔다고 한다. 왜 그럴까. 답은 단순하다. 중수부가 '정치 검찰'이라는 국민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국민으로 부터 '정치 경찰'이라는 지탄을 받았을 때 경찰도 검찰과 같은 신세 될 게 불보듯 뻔하다.

이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면 경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아니라 더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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