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외면한 경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발표
민심 외면한 경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발표
  • 표주연 기자
  • 승인 2013.04.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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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담당자는 브리핑 룸 탁자에 턱을 괴고 비스듬히 섰다. 공식 브리핑을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질문에는 "글쎄"를 반복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급기야 수사 담당자의 입에서 "알려주기 싫다"는 발언도 나왔다.

사안의 본질에는 상관없는 듣기 안 좋은 소리가 오갔다. 결국 담당 수사관들은 브리핑장을 빠져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18일 오후 3시, 수서경찰서.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경찰의 브리핑 현장 모습이었다.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문제의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현장 곳곳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는 아니다" "임신은 시켰지만 성관계는 안했다" 식의 인터넷에서 떠도는 냉소가 곳곳에서 들렸다.

수사대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들은 정부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비판적인 글을 반복적으로 게재했다. 문재인, 이정희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는 글도 수차례 올렸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 기간에 말이다.

수서경찰서장은 판례와 법리적 해석에 따른 결론이라고 궁색한 주장을 했다. 법리적 해석은 어떨지 몰라도 이를 수긍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법과 대다수 국민의 상식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면 법이 문제일까, 상식이 문제일까. 아니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문제일까 궁금하다.

게다다 핵심 피고발인인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수사는 아예 4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소환 요청을 한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다. 당초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엇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쏟아지는 질문에 "글쎄'를 연발하던 수사담당자의 모습과 수사결과는 묘하게 겹쳐진다.

그러고 보면 "알려주기 싫다"는 발언은 무성의하지만 차라리 솔직하다. 그러나 수사결과 발표는 무성의한 만큼 솔직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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