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속앓이와 몸살
대통령의 속앓이와 몸살
  • 박민수 편집국장
  • 승인 2013.05.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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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가벼운 몸살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몸살은 몸이 피로하면 생기는 병으로 몸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인데 더 큰 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조심하라는 몸의 경계신호이기도 하다. 이때는 푹 쉬는 게 최고다.

아마 박 대통령의 몸살기는 빡빡한 방미 외교 일정을 마친 뒤 여독을 제대로 풀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믿었던 측근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에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몸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속담을 예로 들며 속내를 내비쳤을까.

괜스리 입방정을 떤 게 아닌가 부담스런 며칠이었다. 기우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 초청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오찬장.
편집,보도국장들이 참석한 자리에 기자도 초청을 받아 대통령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요 며칠새 세상을 요란하게 들쑤셨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의 한자리 건너 오른쪽에 앉았다.

박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민감한 현안과 더불어 방미 외교 일정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질문과 건의 사항을 일일이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성실하고 친절하게 답변했다.

한번이라도 가까이서 박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들은 불통 이미지보다는 소통의 힘을 믿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기자도 어렵게 자리한 만큼 밥값이라도 할 겸 “전직 대통령들의 전례를 봤을 때 친인척과 측근 관리가 중요하다. 특별한 대책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질문에 앞서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하신 국정운영 계획은 어차피 대통령으로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고 짊어지고 나가야 할 과제다. 그러나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헛발질 잘못 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듯 박 대통령의 성과와 업적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전제를 달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제나 상설특검 제도를 도입, 친인척과 측근 비리 같은 불행한 일이 근본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은 물론 친인척들도 항상 명심하고 조심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말미에 지나가듯 혼잣말처럼 “이 자리가 참 위험한 자리”라고 여운을 남겼다.

며칠 뒤 그 위험에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 1호 작품인 윤 전 대변인이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때 기자의 옆자리에 앉았던 윤 전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조금만 더 진지하게 경청하고 마음에 새겼다면 최근의 이 난리판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그날 점심 자리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도 안되는 윤 전대변인의 헛발질이 박 대통령의 방미 외교 성과를 한방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 ‘방미외교 드라마’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조연급도 아니고 '행인 1' 정도 되는 엑스트라의 황당한 애드립이 주연배우를 조연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윤 전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열흘때 벌집을 쑤신 것처럼 시끄럽다.
성추행 여부를 둘러싼 사실과 진실 여부를 놓고 당사자와 청와대, 여야의 공방, 여론의 비난 등에 이어 미국의 수사상황에 이르기까지 연일 언론의 1면을 장식하더니 조금씩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다행히 박 대통령도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 초청 저녁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충격을 받은 듯 “앞으로 더 철저하게 노력하는 길, 더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을 찾고,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고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검증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밀어 붙이기 식 소통 부재의 인사를 우회적으로 인정, 사과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윤 전대변인이 임기 초반에 사고를 쳐 주는 바람에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운영과 인사 시스템을 좀 더 가다듬고 철저히 챙기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은 액땜 한셈 치고 갈길을 가야한다. 냉혹한 국제 사회에 둘러 쌓인 한국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은 여전하며 개성공단은 언제 재가동될지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엔저 공습은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하루가 다르게 갉아먹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마련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성추행 사건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 좀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윤 전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엄밀히 따지면 윤 전대변인 개인의 문제다. 수사결과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벌을 하면 된다. 아울러 후속 조치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귀국종용, 늑장보고, 사건무마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져 책임자를 문책하면 될일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미꾸라지만 건져내면 될 일이지 물을 다 빼내버릴 필요는 없다. 가만히 시간이 흐르면 흙탕물은 가라앉기 마련이고 물 속의 모든 것이 훤히 보이게 되는게 세상 이치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자꾸 미꾸라지를 누가 물 속에 넣었느냐, 미꾸라지가 정말 흙탕물을 만들었느냐, 건져낸 미꾸라지를 어떻게 요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때가 되면 다 알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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