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목적이 있다. 또 사회 각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교육·배치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일류대학에 진학하려고 유아단계부터 자녀와 부모는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감내한다.
이런 현실은 지나치게 과열된 교육열과 교육의 양적 팽창을 가져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초고속 성장과 발전을 실현했다. 그러나 과도한 교육열은 사교육을 양산하고, 학교 교육을 위축·왜곡하는 폐단을 낳았다.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쳐 출발선부터 공정 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의 차이가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계층이동이 막히고 사회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논란에 휩싸인 영훈국제중의 입시비리를 보면, 지나친 선발 경쟁과 교육열, 부모의 경제력 차이와 교육의 대물림, 공정 경쟁 훼손과 계층이동의 통로 차단 등 우리 교육의 모순이 응축돼 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선발하라는 취지를 뭉개고 재벌 자녀, 사회 지도층 자녀들을 뽑았는가 하면 그것도 성적을 조작해 선발한 게 드러나고 있다. 장학금 확충은 백지수표가 됐고, 각종 편·입학 비리와 학교시설과 관련한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교육비리 백화점이 폭발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입시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해당 학교 교감이 안타깝게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고인은 “오직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영훈중은 최고의 학교이니만큼 자부심을 갖고 학교를 잘 키워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하지만 고인의 뜻과는 달리 국제중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의무교육단계인 중학교에서 굳이 말 많고 탈 많은 국제중이 필요한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일부 교육단체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대상으로 국제중 설립취소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문 교육감은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제중 제도의 폐지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자체의 필요성과 영훈국제중 문제를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 13일 발표한 2015학년도부터 국제중 입시를 지원자 전원추첨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입시개선안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은 것이다. 지원자 전원추첨방식은 선발의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국제중의 설립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안이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국제환경 속에서 글로벌 인재육성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선발의 공정성을 현격히 상실한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제중은 유지하되, 영훈국제중은 설립을 취소하거나 운영주체를 바꿔야 한다. 또 비리와 관련된 학교 관계자, 학부모를 엄하게 처벌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이 가진 선발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사회도 드물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려면 공정한 교육선발이 담보돼야 한다. 영훈국제중 사태는 공정한 교육선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국제중 문제는 글로벌 인재육성, 교육기회의 평등한 보장, 교육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교집합을 찾을 때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영훈국제중 사태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국제중의 존폐를 포함해 중학교 단계에서의 학교유형,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 보장 범위 등에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