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 "모든 음악, 현대적이어야…"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 "모든 음악, 현대적이어야…" 베를린필 지휘자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3.11.1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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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답하는 사이먼 래틀
21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불리는 영국의 거장 사이먼 래틀(58)은 고전음악과 현대음악를 평등하게 인식하는 동시에 개혁가로 정평이 났다. 동시대에 살아 쉼쉬는 클래식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다섯번째 내한공연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래틀은 11일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의 목표는 바흐의 작품이 바로 어제 작곡한 것처럼 들리고, 현대작곡가인 진은숙과 (프랑스 출신) 피에르 불레즈의 곡이 수세기 전에 작곡한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최근 20~30년을 돌이켜볼 때 현대음악은 다양하게 발전했다. "작곡가들이 한가지 전형을 따르기보다 가능성을 갖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도 현대음악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리고, 한계가 없는 음악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신진 작곡가가 어떤 곡을 만들지 전혀 감을 못 잡는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고, 이러한 경향이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현대 음악은 과거 음악에 비해 화려해지며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1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끈 래틀은 올해 초 2018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이 오케스트라를 떠난다고 밝혔다. 영국으로 돌아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몸담는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는 등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5년이 남았다. 내게는 긴 시간이다. 베를린필 가족과 이뤄야 할 것이 많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돌아간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기자는 정확성이 있지만 가끔 잘못된 정보도 내보낸다. 어떤 가능성도 미지수다."

제한된 시간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우선순위에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에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다른 오케스트라에 몸담을 수도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고향인 리버풀 출신이기도 한 래틀은 이 팀의 노래인 '웬 아임 식스티 포(WHEN I'M SIXTY-FOUR)'의 노랫말 "당신은 여전히 날 원하는가, 내가 64세가 돼도'를 인용하며 자신이 64세가 됐을 때 무엇을 하고 있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심지어 배우들도 6개월 뒤에 어떤 작품을 촬영할 지 모른다. 2017년 계획은 없다. 이렇게 말하면 모호하고 이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없어서 오히려 기쁘다."

베를린필은 1984년 카라얀과 함께한 첫 내한에 이어 2005, 2008, 2011년 3년마다 한국무대를 찾아왔다. 래틀은 첫 내한공연을 제외하고 모두 함께 했다. 이번에 네 번째다.

이번 월트투어는 8월 오스트리아 잘추브루크를 시작으로 지난 8, 9일 타이베이를 거쳐 서울로 이어졌다. 내년 4월 독일의 바덴바덴까지 총 15개 도시를 돈다.

나라마다 시차가 있다면서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이라고 시간을 아우르는 인사를 한 래틀은 "한국의 청중만큼 클래식 이해도가 심오한 청중은 드물다"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를 가지고 있는 청중을 다시 만나 기쁘다"고 전했다.

11,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과 만난다. 독일 낭만파음악의 대명사 슈만부터 프랑스 현대음악의 거장 불레즈까지 신구조합의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첫날에는 슈만 교향곡 제1번 B-플랫 Op.38 '봄',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Op.19,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한디. 프로코피예프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젊은 악장 다이신 카지모토(34)가 협연한다. 둘째날에는 불레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한다.

음식은 훌륭한 메타포라고 판단하는 래틀은 프로그램을 음식처럼 구성한다. "브루크너를 좋아한다. 그의 경우에는 서정성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 오스트리아의 서정성이 그때로 느껴지는 대작이다. 반면, 블레즈의 노타시옹은 김치 같은 역이다. 양념 말이다. 즉각적이고 빠른 한국의 총명함을 전달하는 김치처럼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영향을 준다. 브루크너는 로스트 미트 같은 요리다."

두 작곡가를 미술에 비유하면서 블레즈는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브루크너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같다고 봤다. "노타시옹은 블레즈가 젊었을 때 지은 곡을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킨 것이다. 작은 씨앗에 불과한 곡을 가지가 많은 나무로 고급화했다. 블레즈와 브루크너의 곡은 콘서트에서 서로 영향을 주면서 궁극적인 맛을 낼 것이다."

첫째 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슈만과 스트라빈스키는 봄이라는 테마가 동일하다. 그러나 슈만은 봄의 기쁨과 설렘을 담고, 스트라빈스키는 혁명과 파괴의 암울한 느낌을 담았다. 같은 테마를 대조시켜서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베를린필의 교육기관인 아카데미에는 한국 연주자 3명이 재학 중이다. 바순 연주자 장현성(23), 오보에 연주자 함경(22), 플룻 연주자 조성현(24)이다. 장현성과 함경은 이번 내한공연에도 참여한다. "한국 학생들이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에도 대단한 집중도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31) 등이 베를린필과 협연했다. "우리는 실력을 기반으로 협연자를 선정한다. 아시아에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기적일 수 있는데, 최고의 실력을 갖춘 연주자를 우리의 무대에 세우고자 한다."

2009년부터 베를린필의 제1콘서트마스터와 필하모닉 10중주 앙상블 멤버로 활약 중인 카지모토 역시 실력을 갖췄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Op.19는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은 곡으로 소문이 났다. 카지모토는 "이 레퍼토리는 15~17년 전부터 연주한 곡으로 최근 연주한 것은 2년 전"이라면서 "전형적인 러시아의 협주곡인데, 다양한 색깔이 베를린필과 어울린다"고 밝혔다. "단원으로 베를린필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제, 협연자로서도 역시 위대한 팀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흡족해했다.

한국 학생들과 가끔 연락한다는 카지모토는 "아카데미는 2년 기간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가장 훌륭한 점은 유명 솔리스트와 지휘자 같은 여러 분야의 대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 목관 악기 연주자들의 연주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베를린필의 또 다른 특징은 2009년 시작한 온라인 공연실황중계 시스템인 디지털 콘서트홀이다. 세계의 베를린필 팬들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40편이 넘는 주요 공연을 중계한다. 지금까지 100여개 나라 150만명이 디지털 콘서트홀을 방문했다. 다만, 이번 서울 공연은 적용이 안 된다.

첼로 수석이자 미디어 회장인 울프 마이어는 "모든 모바일 기계에서 접촉이 가능하다"면서 "다운로드해서 오프라인에서도 들을 수 있다. 클래식은 라이브로 듣는 것이 묘미이지만,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알렸다.

"가장 큰 시장이 유럽이고 그 다음이 아시아다. 그 중 한국과 일본, 타이완에서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베를린필과 관계가 오래 지속된 나라일 수록 관심도가 높다. 상업적인 모델이기보다는 다양한 하부 채널을 통해 클래식 청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커뮤니티 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베를린필의 공연을 주최하는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은 이틀 간 콘서트에 앞서 리허설 현장을 공개한다. 음악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가고 있는 어린이들도 특별 초청한다. 금호아시나아문화재단. 02-6303-1977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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