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정선아, 오리지널 뺨치네…뮤지컬 '위키드'
옥주현·정선아, 오리지널 뺨치네…뮤지컬 '위키드'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3.12.04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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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드, 선글라스 쓰고 초록빛 세상으로~
뮤지컬 '위키드'는 한국에서 작품성과 흥행력을 이미 인정받았다.

지난해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4개월 남짓 첫선을 보이며 호평 받았다. 관객 23만5000명을 모았고, 매출 260억원을 올렸다. 평균 유료점유율 95%를 기록, 이전 기록인 '오페라의 유령'의 94.5%를 깼다.

이후 첫 라이선스 공연의 주연배우로 관심이 쏠렸다. 공연 전문미디어는 올해 초 두 주역 마녀인 '엘파바'와 '글린다' 역에 누가 가장 잘 어울리는지 가상 캐스팅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 '위키드'에서 엘파바와 글린다를 맡고 있는 뮤지컬스타 옥주현(33)과 정선아(29)가 당시 이 역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손꼽혔다. 관객들의 예상은 맞아떨어졌고, 옥주현과 정선아는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초록색 피부에 마법 능력을 지닌 엘파바는 무뚝뚝한 성격이다. 정의감이 넘치는 열정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 탓에 모두에게 배척을 받고 마녀사냥식 위기에 몰린다. 어느 정도 이겨냈으나 한 때 악플에 심하게 시달린 옥주현이 자연스레 겹친다. 옥주현은 시원하게 내지르는 발성이 특징인 이 역을 맞춤형으로 소화한다.

저음에서 두드러지는 감정 표현이 장기인 옥주현의 특성도 엘파바에게 입체감을 부여한다. '위키드'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는 1막의 마지막. 엘파바가 공중에서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감동도 안긴다. 워낙 어려운 노래인 데다 호흡이 힘든 상황에서 부르는만큼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나, 그만큼 감정이 더 출렁인다. 발성과 대화 기술에서 '엘리자벳' '레베카' 등 기존 작품과 다른 연기 패턴을 선보이는데,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역력하다.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자랑하는 정선아 역시 발군의 기량을 뽐낸다. 금발의 마녀로 공주병 기질이 다분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글린다로 환생한 듯하다. 글린다의 노래는 성악과 팝 등 발성이 다른 여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만큼 기교적으로는 더 어렵다. 엘파바처럼 내지르기 보다 절제의 미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테크닉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글린다의 대표곡 '파퓰러'를 부르는 신은 정선아가 다양한 발성을 넘나들며 글린다의 사랑스런 모습을 농축해낸 최고의 명장면이다. 공주병에 빠져있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런 글린다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옥주현과 정선아는 실제로도 친한 사이다. 2010년 뮤지컬 '아이다'에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옥주현)와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정선아)를 맡아 찰떡호흡을 과시했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친분을 다졌다. 그만큼 엘파바와 글린다가 친해지는 과정이 두 사람과 자연스레 겹치면서 설득력을 안긴다.

'심야식당' '헤이, 자나'로 주목 받은 뮤지컬배우 박혜나(31)와 '미스 사이공' '레베카'로 알려진 김보경(31)이 또 다른 엘파바와 레베카다. 이들은 깜짝 발탁이었다. 가상 설문의 상위권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이들이다. 옥주현과 정선아에 밀려 초반에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연습과 공연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 못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위키드'는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58)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것이다. 다소 낯선 내용으로 국내 정서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의 우정과 마녀사냥 등 공감대를 형성하며 첫 내한공연에서 이같은 걱정을 말끔히 씻었다.

약 1년 만에 한국말로 선보이는 '위키드'는 그래서 더 볼 만하다. 자막이 아닌, 뛰어난 기량의 배우들의 우리말 대사와 노래로 듣는 뮤지컬은 우리 말맛을 살리며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영미권에서 백치의 이미지인 '금발'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옮겨, 관객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밥맛' '샤방샤방' 등 지난해 내한공연 때 재치 있는 번역의 자막이 입을 통해 전해질 때의 쾌감이 흥을 배가시킨다. 다만 일부 남자 배우들의 가창력이 불안정하고, 아직 앙상블의 합이 맞지 않은 것은 점점 고쳐나가야할 숙제다.

'위키드'의 음악과 작곡에는 뮤지컬 '가스펠' '피핀'과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 '이집트의 왕자' 등의 작품으로 3개의 아카데미상과 4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스티븐 슈왈츠, 대본에는 TV드라마 작가로 명성이 높은 위니 홀즈맨이 참여했다. 무대 디자인은 '스위니토드', '위키드' 등으로 3번의 토니상을 수상한 유진 리, 의상은 토니상 의상상을 수상한 수전 힐퍼티가 담당했다.

국내 협력 연출은 오리지널 연출가인 조 만텔로와 오랜 기간 협업한 리사 리구일로가 맡았다. 매력적인 바람둥이 왕자로 엘파바와 사랑을 이어가는 인물 '피에로'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이지훈, '레 미제라블'로 주목 받은 뮤지컬배우 조상웅이 나눠 맡는다. 마법사 오즈는 뮤지컬스타 남경주와 뮤지컬배우 이상준이 담당한다. 뮤지컬배우 김영주, 조정근, 김동현 등이 출연한다.

이번 무대는 영어 외에 세계에서 7번째 외국어 프로덕션이다. 설앤컴퍼니와 CJ E&M 공연사업부문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다. 2014년 1월2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볼 수 있다. 6만~14만원. 1577-3363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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