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선택, 결단인가 무모한 도박인가
안철수의 선택, 결단인가 무모한 도박인가
  • 남문현 부국장겸 정치부장
  • 승인 2014.03.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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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파괴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치인 ‘안철수’와 정통 제 1 야당과의 대등한 결합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126개 의석의 민주당과 2개 의석만을 갖고 지방선거를 겨냥, 급하게 창당을 추진해온 새정치연합 간 5대 5의 통합은 한국 정치사에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지난 1990년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 또 다른 야당인 신민주공화당과 함께 ‘3당 합당’을 이뤄낸 것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맡고 있던 1996년 대권을 위해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합당한 이른바 ‘DJP 연합’은 우리 정치사의 대표적인 도박이자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안 의원의 이번 결정도 가히 이들 사례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정치적 도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것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성공의 결단으로 평가 받는 결과가 될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은 의료인이자 교육가에서 벤처기업가를 거쳐 정치권에 뛰어들어 대권 후보로 까지 나섰던 독특한 경력을 지닌, 늘 도전적인 삶을 지향하는 인물로 평가 받아 왔다.

그의 정치입문은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그의 질풍노도 같은 삶의 배경에는 국민들의 폭발적 지지가 원천이었다. 새정치를 얘기하는 그에게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껴온 국민 상당수가 열광했고, 안철수는 그들의 열망을 에너지 삼아 단숨에 대권주자로 올라섰던 것이다.

안 의원이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기득권 내려놓기 등 정치쇄신 바람을 불게 하는 등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그는 여당을 압박하고 민주당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지지율을 확보하며 제 3 세력으로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는 분명 새정치와 거리가 먼 요소가 많다. 그는 민주당과의 연대나 제휴를 공개적으로 수차례 강력히 부정해왔다.

그랬던 안 의원의 이번 선택은 그가 그토록 경멸하고 부정했던 구태정치, 정치공학 행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새정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면을 강조하지만 많은 국민들 시선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고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안 의원이 창당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자 격렬히 혐오해왔던 정치공학적 선택, ‘약속 불이행’을 뭔가에 쫒기듯 자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새로 창당되는 당은 민생 중심과 정치 쇄신이라는 새정치의 가치를 최우선에 둘 것이다. 기초공천 폐지에 이어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실현할 것이다. 창당에 합의하면서 이 점은 분명히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정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지난 2012년 9월 대선출마선언을 하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통합에 주목하는 것은 이처럼 ‘새정치, 진심’이라는 순수한 가치를 정치에 대입시켜 상당수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가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그의 선택이 단순히 안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안 의원의 정치이념과 가치를 존중하며 적극 지지해온 상당수 국민들과 그의 행보를 묵묵히 지켜봐 온 유권자들에게 자칫 정치에 대한 혐오와 염증을 증폭시키고 우리 정치수준 마저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 등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그가 새정치 실현을 위해 진정 ‘호랑이 굴’로 자진해서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 생명력과 지분 확보를 위해 꼼수를 부린 정치공학적 선택인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새정치를 도구 삼아 정치적으로도 입신(立身)한 안 의원이 구태정치의 상징으로 전락할지, 새정치 실현을 위해 전략적 도박을 선택한 결단의 아이콘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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