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특수 타나, 책 ‘노예12년’ 우리말 번역본 벌써 5종
아카데미 특수 타나, 책 ‘노예12년’ 우리말 번역본 벌써 5종
  • 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4.03.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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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 12년, 영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색상, 여우조연상,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최우수작품상, 영국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은 영화 ‘노예 12년’의 동명원작 출판 경쟁이 치열하다.

영상물이 활자매체의 영향력을 넘어선지 오래되면서 영화화되거나 TV드라마 등 영상물이 언급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출판계에서는 어떤 작품이 영상화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스크린 셀러’를 부랴부랴 영화개봉에 맞춰 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작자 사후 50~70년이면 저작재산권이 말소되므로 저작료 지불 없이 출판할 수 있는 고전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스티브 매퀸(45) 감독의 ‘노예 12년’의 2월27일 국내 개봉에 맞춰 확인된 것만도 5종이다. 번역본이 출간되거나 출간 준비중이다. 1월 새잎에서 이세현 역으로 ‘국내최초 출간’이라며 나온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펭귄클래식코리아, 글항아리, 열린책들에서 번역본을 내놨다. 이달 20일에도 더클래식에서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67번째로 출판할 예정이다.

‘노예 12년’은 19세기 노예제가 폐지된 뉴욕주에서 태어나 바이올리니스트 활동하며 자유인으로 살던 흑인 솔로몬 노섭(1808~1863?)이 인신매매를 당해 남부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12년만에 극적으로 풀려나게 된 실화를 담은 회고록이다.

이전에 발표된 노예 이야기들은 주로 백인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이 대필하거나 지어낸 것이었기에, 이 작품을 진정한 ‘흑인문학’으로 인정해야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백인 편집자인 데이비드 윌슨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당시 고등교육까지는 받지 못한 노섭의 구술을 윌슨이 받아쓰거나 공동저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발간본 중에서는 박우정이 번역한 문학동네 계열사 글항아리 출판사만이 이러한 점을 명확히 밝혔다.

국내에서 이런 식의 출판 경쟁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0) 주연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해 5월 국내개봉하면서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원작소설이 10여종이나 그 즈음 새로 발매됐다. 일부 출판사들은 40~52% 할인하거나 영화예매권, 미니북, 영어 원본 등의 경품 끼워팔기나 영화할인권 증정이벤트 등 출혈경쟁으로 치닫기도 했다.

고전으로 이미 그 가치가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쉽게 진입했지만 ‘노예 12년’의 경우는 좀 다르다. 엇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제 폐지에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지만 역사 속에 묻히면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책 판매로 쉬이 직결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영화도 3일 현재 12만명이 좀 넘게 관람했고, 아카데미 특수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는 지도 미지수다.

마음이 급해진 일부 출판사는 벌써부터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진입했다. 가장 늦게 책을 내는 더클래식은 ‘3월25일 출고예정’이라면서 반값 예약판매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영어원본과 함께 노트를 증정하거나 카드할인 등의 추가 이벤트도 병행 중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노예 12년’은 출간된 지 160년이 된 책으로 저작권이 없어 어느 출판사가 번역출간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번역을 진행하게 됐다. 서로 출간경쟁을 하다 보니 졸속번역의 가능성도 있고,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판매에 지장이 있을까봐 편집인이 있다는 점을 숨기는 일까지 생기게 됐다”며 “좀 더 시간이 있고 재판을 낼만큼 판매량을 올리면 주석판을 내고 싶은데 역사서로서의 충실한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7월 발효됨에 따라 서구작가들의 경우 사후 저작권 보호기간이 과거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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