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받았기에…완성도보다 친중국, 영화 ‘트랜스포머’
얼마 받았기에…완성도보다 친중국, 영화 ‘트랜스포머’
  • 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4.07.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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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포머4, 영화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제 각각이겠지만 25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참으로 난감하다. 장장 164분 동안 이어지는데 영화관을 나서면 기억나는 게 없다시피 하다. 뭘 보긴 봤는데 어수선한 잔영들만 머릿속을 맴돈다. 놀이기구 타듯 킬링타임용 영화를 즐겼다 하기에도 너무 길고 복잡해서 실패다.

줄거리도 잘 모르겠고, 대형 외계로봇 생명체들이 장소를 바꿔가며 치고 받고 싸우는게 다라고 할 수 있다. 발전된 CG와 3D 기술로 로봇들의 형체와 동작은 꽤나 그럴듯하고 입체적이다. 액션신이 하도 많다보니 열심히 지켜보고 있자면 속이 울렁거리다 못해 넌더리가 난다. 텍사스, 시카고, 여타 미국 사막지대, 홍콩의 도심과 빈민촌, 계곡, 중국본토 등을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자동차와 오토바이, 헬기 추격전이며 고공액션, 거대우주선의 습격, 로봇들의 원시적 전투, 그 사이에서 악전고투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다.

‘트랜스포머3’ 시카고 사태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외계로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 오토봇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들이 침입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여기에 트랜스포머를 돈으로 환원하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 부성애와 틴에이저의 반항과 사랑이 뒤범벅됐다.

변신로봇 콘셉트는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에서 보여진 것 이상의 새로움은 주지 못한다. 1편부터 2편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3편까지 각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여는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12세이상관람가 영화로 소재면에서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로봇과 자동차의 결합으로 일본식 로봇물에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마니아들과 어린 관객들을 끌어 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누가 뭐래도 대작 흥행감독 마이클 베이(49) 아닌가. 1억6500만 달러(약 1676억원)를 들여 시리즈 전편들과는 다른 새로운 면을 부각하겠다는 배포를 거창하게 펼쳐보인다. 배경뿐 아니라 시간도 엄청나게 확장한다. 공룡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거대공룡 로봇으로 변신하는 다이노봇 군단이 한 축을 이룬다. 하이쿠를 읊는 사무라이 모양의 드리프트와 크로스헤어, 하운드 등 새로운 오토봇, 해골얼굴의 악당 로봇 록다운, 인간이 창조한 로봇인 갈바트론 등 새로 등장하는 로봇들이 소년들의 구미를 당긴다.

인간 출연진도 싹 갈아치웠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깨우게 되는 발명가 케이드 예거 역에 마크 월버그(43)와 그의 17세 딸 테사 역에 신예 니콜라 펠츠(20)를 캐스팅했다. 탱탱한 몸매를 자랑하긴 하지만 1, 2편의 여주인공 메건 폭스(28)의 농염함에는 비할 바 못된다. 남자주인공이 좀 늙었다 싶었는지 테사의 남자친구 셰인 역으로 아일랜드에서 온 잭 레이너(22)를 끼워넣었다. 10대에 아이를 가진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딸을 과잉보호하는 아버지와 딸 커플의 티격태격하는 가정사,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광물인 트랜스포륨으로 거액을 노리는 기업 KSI, 지구안보를 놓고 각기 다른 의견으로 대처하는 백악관, CIA 등의 이야기가 뜬금없이 얽히면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

이번 4편에서 가장 뚜렷한 이슈는 거대 중국시장을 엄청나게 의식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최신 경향이라 하겠다. 대형 우주선 나이트십이 어찌저찌 홍콩 영공을 침입하자 당장 중앙정부를 찾고, 중국정부 관료는 홍콩 수호를 다짐한다. 영국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반환됐음을 할리우드 영화가 상영되는 서구를 비롯한 세계에 다시 한번 못박는 중화주의 제스처에 맞장구를 치며 아부를 떨어준 꼴이다.

계약을 어찌했는지 간접광고 때문에 영화가 더욱 늘어진 것 아닌가 싶은데,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도피 중에도 중국산 팩우유를 빨대로 쪽쪽 다 빨아먹는 장면이 한참을 등장하는 것도 수상쩍다. ‘아이언맨3’가 중국 상영본에서만 중국산 우유와 닥터 우라는 캐릭터를 4분가량 추가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작품의 완성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여우 리빙빙(41)이 매우 멋있는 캐릭터로 나오는 것도 참으로 친중국적이다. MBA 학위를 소지한 수재일 뿐더러 경찰교육을 받아 무술에도 능통해 KSI 대표 조슈아(스탠리 투치)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조슈아의 능구렁이 같은 구애도 대차게 거절할 정도로 동양여인의 자존심을 지켜낸다. 일종의 유머 담당인데, 굳이 나와야 할 인물인지는 미지수다.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였던 한경(30)도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3편이 중국 흥행성공 만으로 제작비를 건졌으니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협찬금액으로 작품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꼴사납다. 아니, 여기에 휘둘리는 할리우드가 참 같잖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기업 베이징판구투자유한공사가 계약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후원계약을 철회하겠다며 자사의 로고와 건물이 등장하는 신을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20초 동안 7성급 판구호텔이 등장하기로 한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도 소송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바로 중국으로 날아가 개봉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결했지만 중국자본의 힘을 절감했을 것이다. 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이번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중국의 외화수입쿼터제를 피해 세계 2위의 영화시장인 중국을 접수해보겠다는 계산이었지만,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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