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카지노산업 '잠깐만요'
빗장 풀린 카지노산업 '잠깐만요'
  • 이기원 /한얼경제사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전 파라다
  • 승인 2014.07.0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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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국내 카지노산업이 줄곧 고집해 온 '외국자본 진입불가'란 빗장이 풀렸다.

세계 카지노산업의 변천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은 시간이 문제일 뿐, 개방을 확신했다.

그만큼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카지노 자본의 집요함과 영향력은 동서양,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늘 승자였다는 경험칙상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 사행산업인 카지노에 대한 찬반시비는 양자가 공히 탄탄한 논리로 격렬하게 진행되어 왔다.

다양하고 치명적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는 반대론과 세수증대, 고용창출, 관광객 유인력 등의 경제적 효용을 강조하는 찬성론으로 극명하게 대립한다.

그러나 논쟁의 결과는 언제 어디서나 부작용을 줄이거나 유발되는 폐해를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를 전제로 찬성론자(사업자)들의 욕망이 성취되어 왔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카지노산업의 경제적 효용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문화적, 경제적, 도덕적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명사적 사실이다.

현재 기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카지노를 합법화하지 않은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그런데 일본마저 2020 동경 하계올림픽 전에 카지노의 합법화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지구촌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만 이런 범세계적인 보편적 현상에서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 3월, 정부는 공식적으로 LOCZ란 외국자본에 외국인전용 카지노사업의 예비허가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 앞에서 여전히 이해 관계자들은 각자의 주장만을 지루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필요충분 조건하에서만 가능할 장미 빛 기대를 막연히 침소봉대하거나,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전제된다면 어느 정도는 통제 가능한 사회적 비용을 과장하여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카지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제 왜곡된 정보와 편협한 이기주의에 의한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자. 각종 사회적 부작용을 감수하며 어렵게 빗장을 열어 놓고 좌고우면하다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한 주변 경쟁국들의 신속하고 치밀한 경제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역차별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각종 인센티브로 유치한 외국자본이 영종도에 카지노를 짓는다고 저절로 국익에 기여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카지노자본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여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적 본능에 충실해 왔다.

현실을 직시하고 외국자본에 빗장이 풀린 국내 카지노산업이 가져올 수 있는 역기능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직한 공론의 장에서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늦어도 3~4년 후에는 1개 이상의 외국자본의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한다.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결정한 카지노산업 개방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카지노사업관련 관리 감독제도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투명성을 확고하게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그 법규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상설조직의 운영이 답이다.

사업 특성상 사업전반에 걸친 투명성 확보는 관리감독의 핵심이다. 카지노사업은 영업현장에서 매순간 실시간으로 금전적 손익이 발생하며, 모두 현금으로 거래가 이루어지 때문이다.

그런데 카지노사업의 투명성이란 단지 사업자의 회계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구지역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사기도박을 조직적으로 하다가 불법행위가 검찰에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수년 이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지노에서 조직적으로 사기도박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낯이 뜨거운 노릇이며 카지노 업계에 평생을 몸 담아온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대구카지노의 불법행위는 이른바 ‘탄카드’와 ‘블랙딜러’가 등장하며 이런 업소 한 두 개로 인해 한국카지노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이처럼 카지노사업 이해관계자(집단)인 고객, 종사자, 사업자 모두를 위해 투명성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고객에게 공정한 게임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사업자 보호 차원에서 고객 또는 종사자의 지능적 부정행위는 없는지? 세수보호 차원에서 매출조작은 없는지? 건강한 관광산업 육성차원에서 사업자의 적격성은 문제가 없는지? 한 마디로 카지노 사업의 존립기반이 투명성이다.

따라서 카지노사업을 합법화하고 있는 모든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는 사업의 투명성을 담보하려는 제도적 장치로 사업전반에 걸쳐 세세하게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독립 법규체계와 그 법규를 실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상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턱없이 허술하다. 독립된 법규체계가 아니고 관관진흥법에서 여타 관광사업과 함께 규정하고 있다.

감독기구 역시 관광국 소속의 2~3명의 인력이 전국에 산재한 사업자를 담당하고 있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은 물론 이들마저도 순환 보직제로 전문성이 취약한 현실이다.

대구카지노의 이번 불법 사기도박 사건이 잘 증명하고 있다.

풍부한 예산과 인력으로 무장한 감독대상인 사업자들을 제대로 감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모범사례로 회자되는 싱가포르의 경우 Casino Control Act(카지노 관리법)이란 독립 법규체계 하에서 Casino Regulatory Authority(카지노 감독국)이라는 상설 독립조직에서 경찰, 회계사, 변호사 등의 유관 경력의 전문 인력이 준사법권을 행사하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사업자 및 종사자 적격성 심사, 사업허가 갱신, 영업현장 순찰, 회계자료 조사, 부적격 고객 관리, 주요 회계절차의 실시간 모니터링, 게임 기자재 검사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철저한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척박한 사업 환경에서 외화획득과 관광 진흥에 기여해 온 국내 사업자들을 지원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느슨한 감독에 관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본격적 진입을 목전에 두고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거대한 외국자본에게 빗장을 열어버린 국내 카지노사업이 국익에 기여하는 효자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보편적 국제수준의 관리 감독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정선=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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