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친러 무장반군은 분리 독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군과 맞서왔지만 298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감으로써 ‘테러주의자‘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1983년 269명을 태운 대한항공을 미사일로 격추시킨 전과가 있는 러시아는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도 당시처럼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것이고 더 큰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다. 친러 반군에 지대공 미사일 지원을 재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살인자’란 딱지가 붙을 것이다.
한편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2주일 넘게 전쟁을 벌이면서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수가 630명을 돌파했고 이스라엘에서도 군인 27명을 포함해 29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고 하마스 역시 생존권 수호라는 명분 아래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로켓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자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3000여명이 모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파리뿐 아니라 릴과 마르세유 등에서도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열렸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도 시위대 수천 명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펼쳤다.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 모두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란 비인도적 만행으로 그 명분은 더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됐다. 민간인 희생의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명분 없는 전쟁은 이제 중단돼야만 한다.
러시아가 친러 테러주의자를 계속 비호한다면,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뿐 아니라 자국 병사까지 제물로 삼아가며 전쟁을 계속한다면 러시아와 이스라엘 모두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 고립을 자초한 북한의 선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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