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사무 과연 지방사무인가?
소방사무 과연 지방사무인가?
  • 철원소방서장 윤상기
  • 승인 2014.08.0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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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방은 마을 단위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주민 스스로 진압하기 위한 자위개념에서 시작해 화재예방과 진압 중심의 행정기능을 수행해왔고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재난에 대한 개념은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특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명보호 중심으로 인식이 전환돼 1990년대부터 소방에서도 구조,구급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구조구급 활동은 전체 소방활동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관광·휴양지, 도로 등에서 구조·구급 수혜자의 상당수는 외지인들이다. 더구나 응급환자 가운데 중중환자는 서울 등 대도시 권역으로 이송되는 등 이미 시·도 경계를 초월한 소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소방헬기가 세월호 사고 수색업무 중 추락해 소방관들이 순직한 사고만 봐도 소방사무는 단순한 지역사무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국가기반시설, 산업단지, 유해화학물질·가스·방사능·테러 등 특수사고에서는 초기대응에서부터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시·도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재난 발생 시 대응자원을 보유한 소방조직 주도의 현장지휘 개념을 도입한 재난관리법이 제정돼 시행중이다.

아울러 소방사무에서 국가사무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1년 15.4%에서 지난해 49.3%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 2011년 7월15일에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차원의 계획 수립 및 소방사무에 대한 국가차원의 재정지원 등 소방사무에 대한 국가책임이 강화됐다.

그런데 조직관련 부처에서는 지방자치법상 소방사무가 지방사무라는 이유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를 논하기 전에 먼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시스템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부조직은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선이고 효율적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국민의 욕구와 기대를 반영하는 그 시대의 패러다임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소방사무를 보는 시각은 그 나라의 사회제도와 문화, 지리적 환경,공공기관의 발전형태 등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법에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정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폴란드, 대만, 뉴질랜드, 중국 등에서는 국가사무로 정하거나 재정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카르멜 대형 산불을 겪은 이스라엘은 소방업무를 국가소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은 소방사무를 지방사무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연방제 국가로 1개 주가 우리나라보다 더 크기 때문에 자원 활용 측면에서 지방사무가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국토가 1일 생활권 안에 들며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일본, 영국 등도 소방업무를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자치단체 또는 국가로 확대하고 있어 이는 과거의 소방행정체제가 현대사회에서는 감당할 수 없고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각에서는 소방사무의 국가사무화가 지방분권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가치가 전도된 심각한 오류로 지방분권이란 결국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1992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지방행정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지만 안전서비스의 지역간 차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반드시 시정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현 체제에서는 제도·재정상 한계에 막혀있고 그마저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방의 국가직화는 자치경찰, 자치교육 도입에 역행한다고 자주 비교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은 기존 자치단체에서 담당하던 환경, 산림, 교통단속 등 특별사법업무 중심의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 자치교육도 행정직은 지방직이지만 교사는 국가직으로 유독 소방에만 자치 논리가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소방공무원 신분체계를 일원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각종 언론매체, 학계, 국회에서도 공론화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법 제정 당시 소방환경과 현재의 소방환경, 국가 전체 측면에서 행정비용의 효율성, 지역간 서비스 격차 해소, 재난지휘체계 등을 고려해 정부와 국회에서 소방사무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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