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폭력이 일상인가…왔다장보리 & 괜찮아사랑이야
TV드라마, 폭력이 일상인가…왔다장보리 & 괜찮아사랑이야
  • 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4.08.14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드라마 ‘왔다! 장보리’
TV를 보면서 무심한 ‘일상의 폭력’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범죄·치정 드라마도 아니건만 ‘폭행’이라고 할 만한 장면들이 불쑥불쑥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분이 뒤바뀐 친딸과 양딸의 사연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는 장보리(오연서)가 사고 피해자인 자신을 거둔 양엄마 도씨(황영희)에게 매를 맞는 모습이 꽤 많이 나왔다. 여주인공이 구박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자란다는 설정을 보다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서라지만, 머리를 퍽퍽 쥐어박는 것과 같은 신이 심심찮은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대인의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했다는 SBS TV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대형병원 정신과의사인 해수(공효진)와 그 무리가 후배 인턴의 머리를 딱딱한 환자 차트판으로 내려치거나 손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극적 효과를 내려는 의도겠지만 모욕감을 안기는 신체적 폭력을 꼭 묘사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하는 CF에서도 ‘폭력’은 이용된다. 개그맨 신동엽이 출연한 쇼핑포털 사이트 광고는 ‘가격이 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뺨을 때리는 행동을 일컫는 속어 ‘싸대기’를 활용했다. “싸다구”를 외치며 붉은 손자국이 퍽퍽 남는 얼굴을 지켜보는 것은 썩 유쾌하지 만은 않다. 하이힐 같은 경우는 엄연히 무기 역할을 한다. 따귀를 때리는 행위도 현실에서는 엄연한 폭행죄다.

특정 상황이 아님에도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물리적 폭력은 시청자들을 점점 더 폭행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한국드라마가 ‘막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보편적 상식과 윤리를 거스르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춧가루 치듯 독한 표현방식도 한 몫 거든다. 연출자들은 물을 뿌리거나 따귀를 맞은 뺨을 얼싸는 모습을 비추는 등의 간접표현법을 응용하기도 하나 확실히 표현수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선임 평론가 데릭 엘리는 2010년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에서의 폭력은 상당히 불편하게 심해진 면이 있다”며 “한국영화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엄청나게 증가한 육체적으로 폭력적인 장면뿐 아니라, 코미디에서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학대”라고 지적한 것을 되새겨야 한다. 안방극장에까지 위해행위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침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상물이나 방송물 심의가 선정성에는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면서 폭력성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한다. 따지고 보면 성기도 신체의 일부일 뿐이며 쌍방 합의에 의한 성인간의 성관계는 자연스러운 행태다. 그러나 언어폭력을 비롯한 모든 폭력은 상대방의 인격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2001년 독일, 2010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가 있다. 1971년 스탠퍼드대학 ‘교도소 심리실험’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가상감옥을 설치하고 각각 교도관과 수용자 역을 맡도록 했는데, 교도관 역할들은 처음에는 저어하던 가혹행위에 점차 익숙해지며 정도를 높여갔다. 결국 성적학대에까지 이르자 실험은 예정보다 앞당겨 중단됐다. 폭력의 싹은 애초에 근절하는 것이 옳다는 근거다.

이 같은 견해가 심한 억측이나 비약이라고 느낀다면 스스로의 폭력 불감증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군 내 폭행살해나 학교폭력, 묻지마 폭행, 아동학대 등 여러 강력사건들도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