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한 ‘브릭 맨션, 통제불능 범죄구역’(감독 카밀 들라마레)과 28일 개봉하는 ‘더 퍼지, 거리의 반란’(감독 제임스 드모나코)은 각각 액션과 스릴러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예술성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경고성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프랑스·캐나다 합작영화 ‘브릭 맨션’은 프랑스 슬럼가를 배경으로 한 ‘13구역’(2004)을 뤼크 베송(55) 감독이다시 제작과 각본을 맡아 리메이크했다. 원작에도 나왔던 인간 신체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파쿠르(도시나 자연환경의 장애물을 맨몸으로 오르거나 뛰어넘는 프랑스식 군대훈련) 액션과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폴 워커(1973~2013)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으로 배경을 옮겨오며 기존의 할리우드 오락영화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미국의 실체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들춰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특히 미대륙 중에서도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지금은 파산한 디트로이트를 선정해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를 직격한다. 2018년, 폐허가 돼 조직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브릭 맨션(벽돌건물지대)라는 제한구역이 주된 시공간이다. 이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경찰 특수요원 데미안(폴 워커)과 브릭 맨션 출신의 범죄자 리노(다비드 벨)는 파트너를 이뤄 도시를 파괴하려는 트레민(르자) 일당과 대적하며 각종 액션을 펼쳐보인다.
결정적으로 이 브릭 맨션이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오갈 데 없는 이민자들이나 하층민들이 모여사는 커뮤니티이고, 시민들의 안전을 기치로 내걸었던 시장은 부자들의 이익에만 공헌하는 매수된 정치인이었다는 설정으로 경제적 상실감에 빠진 서민층을 파고든다. 반전이 매끄럽게 드러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긴 하나, 호쾌한 무술과 함께 통쾌함이 느껴진다.
전편보다 정교해진 구성을 통해 현실풍자적인 면도 강화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아 큰 반향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를 현대에 맞게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한 어록을
직접적으로 그려낸 것 같다. 풍요로운 상류층에서는 아예 돈으로 목숨을 사 안전하고 간편하게 퍼지를 즐기기도 한다. 경매와 농장사냥이라는 부유층의 전매 유흥이 퍼지에 이용되기도 한다. 납치한 흑인노예를 사고팔던 과거와 사육해 기른 순한 사자를 풀어놓고 하는 사냥놀이를 즐기는 현재에 대한 알레고리다. 돈만 있다면 생명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자본만능주의, 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지상주의가 어떠한 결과까지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전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위 1%에 봉사하는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서민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말을 선보인다. 2011년 미시시피 대홍수 때 정유시설이 밀집한 대도시를 구하기 위해 물길을 중소도시와 농경지로 돌려 침수시킨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악마의 선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정유업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추측이 돌았다.
제작진은 ‘월가 점령운동’이 일었던 금융가의 풍경도 빼놓지 않았고, 지금도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종문제도 건너뛰지 않았다. 퍼지를 즐기는 기득권자들은 대개 흰피부에 금발을 지닌 WASP, 즉 미국 주류 지배계급인 앵글로색슨 백인 신교도다. 희생자가 되는 가난한 사람들 중에는 흑인, 멕시코계 남미인 등 유색인종이 많다. 흑인해방운동가 맬컴X와 민중혁명가 체 게바라를 골고루 떠올리게 하는 반정부단체 리더 카멜로 존스의 등장도 흥미롭다.
너무 뻔한 직유의 나열이 질리고 뜬금없는 반전이 어이없긴 하나 “이젠 경제원리로 국민을 짓밟을 수 없다”는 구호가 잔영을 남기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미국 관객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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