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 퍼포먼스’ 마류밍, ‘펀’ 추억하는 회화 보세요
‘나체 퍼포먼스’ 마류밍, ‘펀’ 추억하는 회화 보세요
  • 유상우 기자
  • 승인 2014.09.1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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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류밍 'Baby'(53×109×48㎝, Fiberglass, 2005)
여장을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로 의자에 앉아있다. 이 남성은 수면제를 복용해 반수면 상태다. 그 옆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그를 지켜보던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조용히 기념사진만 찍거나 남성의 주요부위를 자신의 옷으로 덮어주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신의 옷을 훌렁 벗고 그의 행위에 동참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금기시되던 ‘신체 해방’을 소재로 공연을 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은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마류밍(44)의 퍼포먼스 작품 ‘펀·마류밍’이다.

1998년부터 시작한 ‘펀·마류밍’은 관객들이 참여해 사진을 찍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남성 중심 혹은 양성 중심의 통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펀·마류밍’의 ‘펀(芬)’은 ‘분장하다’ ‘분리되다’라는 말의 동음이의어로 1993년 자신이 만든 또 다른 ‘자아’다. 펀은 마류밍의 작품 활동과 일상 속에서 연인으로 행동한다.

마류밍은 “우연히 친구들과 놀면서 여성 작가와 옷을 바꿔 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봐도 여자였다”며 “이후 옷을 벗으면 어떨까 해서 나체 퍼포먼스로 발전됐다”고 밝혔다. “펀은 여자 이름에 자주 사용되는데, 펀과 마류밍 사이 중앙에 큰 점을 하나 찍었다. 양쪽이 같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 영상 작품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 걸려있다. 마류밍의 1990년대 퍼포먼스 영상과 사진 작업은 물론 최근의 회화와 조각까지 2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상 5점, 회화 23점, 사진 17점, 조각 3점이 전시됐다.

나체 퍼포먼스는 2004년 중단했다. 그는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얼굴과 몸을 가진 순간에 멈추고 싶었다. 더는 변화를 줄 게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부터는 원래 전공인 회화에 주력했다. 회화는 퍼포먼스의 연장선에 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사진이 찍히는 순간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전시장에 걸린 회화 작품은 장갑을 끼고 성근 캔버스 뒤편에서 손바닥으로 물감을 망 사이로 밀어 넣어 반대쪽 표면에 도톰하고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내는 ‘누화법(漏畵法)’으로 그렸다.

나체 퍼포먼스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아들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처럼 극단적으로 길고 납작하게 왜곡시킨 ‘베이비(baby)’ 시리즈도 있다. 얼핏 보면 검은 화면 가운데를 날카로운 색 면이 서 있는 추상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목구비를 모두 갖춘 아들의 얼굴이다. 아들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붙인 조각도 있다. 아들은 마류밍의 또 다른 자아로 다중의 정체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발가벗은 남성 9명이 엎드린 상태로 몸을 겹치고 있는 ‘이름 없는 산 1m 높이기’, 만리장성을 횡단하는 퍼포먼스 사진 작품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다. 02-720-1524~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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