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산케이 前지국장 기소 신중했나
검찰, 산케이 前지국장 기소 신중했나
  • 장민성 기자
  • 승인 2014.10.15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던 일본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전 서울지국장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외국 언론인이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허위보도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비록 정당한 보도행위라 할지라도 형사적 책임을 져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명예훼손의 대상이 대통령이고, 행위의 주체가 외국 언론 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파장이 일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기소사실이 알려지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일간 외교문제로 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의 언론자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심지어 미국 정부측도 "한국검찰의 명예훼손 처벌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칫 한국이 언론자유가 지극히 낙후된 후진국의 오명을 덮어쓸 판이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고 검찰 역시 이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이번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언론 탄압'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해 출국정지까지 하면서 속전속결로 수사를 끝냈다.

통상 검찰 수사 관례에 비춰보면 수사 착수 이후 두 달 만에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 대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믿을 만한 근거가 있거나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악의적(고의적)으로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세월호 국정조사의 쟁점이 될 만큼 대통령의 공적 업무 수행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가적 대형 재난사태가 발생한 당일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는 일은 언론의 책무라 할 수 있다. 검찰이 밝힌 것처럼 박 대통령의 행적이 과연 사생활에 국한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사 결과 역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청와대는 가토 전 지국장이 인터넷에 기사를 올린 지 나흘 만인 지난 8월7일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사"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와 똑같은 내용이다.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공문을 제출받아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 뿐,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권에 비판적인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신(新) 공안 정국'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좀 더 신중하게 결론지었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