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볼라'보다 더 무서운 이기주의를 극복해야만
'피어볼라'보다 더 무서운 이기주의를 극복해야만
  • 문예성 기자
  • 승인 2014.10.2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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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재난영화의 한 대목같은 에볼라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9200명을 넘어섰고 455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에볼라는 높은 치사율로 공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볼라(ebola)와 공포(fear)를 조합한 '피어볼라(fearbola)'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민의 불안이 심해지자 미국 언론은 "피어볼라라는 두려움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에볼라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댈러스주에서 사재기 때문에 살균제가 동이 났고, 일부 지역 학교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 질병은 아직 효과가 인정된 공식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역체계가 뚫린 데는 보건당국의 미흡한 대처가 일조했지만 간호사 같은 훈련된 인력이 잇따라 감염된 사실은 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예상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에볼라와 싸우는 인류는 마치 무기 없는 상황에서 정체불명의 적과 싸우는 것같은 막막함과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에볼라 발병국으로의 운항과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하라는 유엔의 촉구에도 불구 발병국과 연관된 항공편 운항 중단 사태, 여행 금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도 에볼라 발병국 출신자들의 입국을 아예 금지하자는 주장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사망자를 치료했던 간호사가 탄 유람선은 벨리즈와 멕시코에서 입항이 거부됐다. 이 유람선은 결국 이 간호사를 격리 조치한 채 미국으로 회항하고 있다.

1976년 에볼라가 처음 발견된 후 거의 40년이 지나도록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것은 기술적 이유보다 경제적 이유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발병 지역이 주로 빈곤한 아프리카 소외 지역으로 큰 개발비에 비해 판매 가능성이 적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약기업들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엔에 모인 에볼라 기금은 목표액의 37%에 불과한 상태이고 한 코트디부아르의 유명 블로거가 제안한 에볼라 '아이스버킷' 운동도 전 세계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에볼라 확산 사태에 따른 자기보호주의와 미달된 모금, 경제적 이유에 따른 치료제나 백신 개발의 답보 등은 현대사회의 팽배한 이기주의가 표출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에볼라 공포의 확산 자체도 사실 이런 이기주의의 부메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질주의, 이기주의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세태를 경고한 바 있다. 치명적 전염병을 주제로 한 많은 재난영화에서 아이러니하게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이기적 행동을 보인 인물은 비참하게 죽고, 영웅적 이타심을 보여준 주인공은 결국 살아남는 공식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결국 인류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아니라 이기주의 타파와 단합과 인간애일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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