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저드 작품, 어렵게 보지 마세요”
“도널드 저드 작품, 어렵게 보지 마세요”
  • 유상우 기자
  • 승인 2014.10.3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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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가 도널드 저드
 미술비평가이자 미술가인 미국의 도널드 저드(1928~1994)의 작품은 단순하고 깔끔하다. 형태를 명료하게 구성한다. 재료는 플렉시 글라스나 알루미늄, 철강, 합판 등 산업 자재다. 출발은 길거리에서 주운 사각형의 나무박스였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가 저드의 작품을 가져왔다. 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 14점을 전시장에 설치했다.

30일 전시 개막을 위해 그의 아들 플래빈 저드도 방한했다. ‘도널드 저드 재단’ 이사장인 그는 “아버지는 추상적으로 물질보다는 외부 세계 그 자체를 표현해왔다”고 소개했다. 작품이 박스 형태를 취한 것은 “간결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박스 자체만으로도 간결하고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저드는 미술사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이지만, 미니멀리즘이란 용어를 거부했다.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자신의 철학에 대한 오해를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플래빈 저드는 “아버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맥시멀리스트’였다. 가구와 건물, 그리고 그 공간까지 삶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드는 1965년 발표한 에세이에서 간결한 오브제들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를 탐구했다. 작품들은 반복이나 순차적인 연쇄에 따라 배열된 ‘상자’나 ‘집적물’의 형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가운데 둘로 나뉜 알루미늄 튜브를 얹은 빨갛게 칠해진 직각의 상자 형태를 띤 ‘무제’(1991)가 주목된다. 1960년대 시작한 초기 형태와 주제로 돌아와 탐구한 작품이다.

빨강과 검정, 파랑과 청록, 모두 검정인 세 개의 정교한 ‘스위트 박스’ 등도 있다. 검은색은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투명한 보라색으로 도금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만든 640㎝의 1970년대 작품도 있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모두 사각형이지만, 저드는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제작했다. “아버지가 처음 만든 나무 작품 이후 금속작품에 관심을 뒀으나 비싼 탓에 제작할 수 없었다. 도시에서 커미션을 주고 일을 맡겼을 때는 금속으로 구형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각 작품에는 아버지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저드는 동양예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아버지가 만든 텍사스 마파에 있는 스튜디오 서재에 동양 예술에 관한 책만 1만3000여 권에 달한다”면서 “아버지는 국가나 지역, 시기와 상관없이 예술적으로 와 닿는 작품은 장르를 망라하고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배움을 사랑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배움의 열정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아빠 저게 이상해’라고 하면 그 말을 못 쓰게 했다. ‘이상한’ 것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가르쳤다.”

그는 아버지의 작품을 어렵게 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버지는 작품을 보자마자 바로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객들은 작품을 해석하거나 추론할 필요가 없다. 보는 그대로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다. 02-735-844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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