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갈등과 '미생'의 교훈
서울시향 갈등과 '미생'의 교훈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12.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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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다. 직장인들은 너나없이 공감을 표한다. 드라마 속 사내정치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경력직으로 사내 지지기반이 약한 '천관웅' 과장이 이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사태도 집안 싸움, 사내정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꼴이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는 자신이 "정치적인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선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에 대한 의혹 제기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행정업무 미숙을 들추는데 전력투구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사무국 직원들이 호소문을 통해 그녀의 막말을 폭로한 배후엔 정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사내정치에 맞서 미디어를 통한 외부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에도 지켜야할 룰이 있다. 최소한의 '인권 존중'이다. 이미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것만 해도 박 대표의 막말은 수위가 꽤 높다. 그녀의 말대로 직원들이 일처리가 힘들 정도로 미숙했다고 하더라도 인권침해는 허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박대표는 정 감독을 끌어들여 막말파문 물타기에 주력했다. 한 단체를 책임지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명에 나서는 게 순서다. "왜 내 말은 다 믿지 못하는가"라는 답답한 심경토로는 그 이후다.

내년 재단법인 출범 10년을 맞는 서울시향의 성과는 뚜렷하다. 정 예술감독이 주축이 돼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랐다. '정명훈의 서울시향'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정명훈만의 오케스트라'라는 지적이 나왔고 박 대표는 이를 사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시향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지적은 늘 있어왔다. 문화예술단체이지만, 한해 예산 180억원 중 서울시가 110억원을 출연한다.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만큼 회계가 투명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시정할 건 시정해야 다음 10년을 내다볼 수 있다.

바둑용어인 미생(未生)은 아직 두집이 못나 바둑돌이 살아있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누구도 완생(完生)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서울대·하버드대를 나와 대기업을 거친 경영전문가 박 대표도, 세계적 거장인 정 예술감독도 어떤 의미에선 미생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조직파탄을 막는 장치로서 정치는 필요하다. 상호 이해를 조정하는 게 정치다. 중요한 건 이를 발판으로 조직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자기 성취도 달성해 슬기롭게 완생하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사내정치를 하려는 천관웅 과장에게 오상식 차장은 말한다. "일하러 와서 게임이나 하고 있다가, 자네부터 게임에 빠진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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