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대폭 오른 탓인지 담배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기도 했지만 간간히 찾는 손님들 조차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대부분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가 텅 빈 가운데 일부 편의점은 정식 발주가 아닌 '가임차' 형식으로 수십 보루가량을 공급받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형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마트 왕십리점의 담배 진열대는 텅 빈 채로 '1월1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조기 품절됐다"는 안내문만이 붙어있었다.
성동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어제 밤 12시까지 손님들이 와서 담배를 닥치는 대로 다 사갔다"며 "그러다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는 자정부터 담배 판매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 점장은 "담배를 사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며 "사가는 사람들도 '많이 올랐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던힐 등 일부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를 찾는 시민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평소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구하지 못해 돌아다니던 시민들도 짜증 섞인 불만을 토해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30)씨는 "원래 피는 담배를 사기 위해 몇 곳을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정 안되면 다른 담배라도 사야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주민 박모(49)씨는 "예전에 두 보루 정도 사뒀는데 우선 그거 피고 끊어야겠다"며 "담배 좀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했다.
가격 인상 첫날 편의점 등 소매점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했지만 동네 슈퍼마켓과 담배 가판대 등에서는 담배를 보루째 판매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명동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반 평 남짓한 담배 가판대를 찾아 유리 칸막이 구멍으로 "담배 10보루를 달라"고 하자 가판대 안에 앉아 있던 상인은 곧바로 "오른 가격으로 파는데 괜찮겠냐"고 묻고는 선반을 열어 재고를 확인했다.
잠시 살펴보던 그 상인은 "국산은 대부분 5보루 이상 가능하고 못해도 2~3보루는 (살 수) 있다"라며 "(국산 담배)여러 개 섞어서 10보루로 맞춰주겠다"라고 흥정하기 시작했다.
'50보루 살 테니 조금 깎아줄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상인은 "절대 안 된다. 어제 12시부로 담뱃값이 다 올랐다"고 강조했다.
남대문시장의 한 슈퍼마켓에서도 여타 편의점과 달리 국산 담배를 보루째 살 수 있었다. 다만 담배 진열대의 외국 담배 칸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 가게 관계자는 "국산 담배 중 인기가 없는 상품은 5보루까지 살 수 있다"며 "나머지 국산 담배들도 3보루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담배 진열대의 텅 빈 부분을 가리키며 "(외국 담배는) 여기 있는 게 전부"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담배 가격 인상 첫날 담배 품귀 현상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개인 사업자들이 담배를 보루째 판매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왕십리역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직영 형태가 많아서 사재기해도 이득을 볼 게 없다"며 "개인 편의점과 담배 가판대, 슈퍼마켓 등의 경우 사재기를 해둔 곳이 분명히 있다. 지난달에 담배를 거의 안 판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