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넉달 째, ‘호갱님’은 사라졌지만…
단통법 넉달 째, ‘호갱님’은 사라졌지만…
  • 최희정 기자
  • 승인 2015.01.23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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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최대 휴대폰 유통업체 카폰웨어하우스(Carphone Warehouse) 사이트에서는 애플 아이폰6나 삼성전자 갤럭시S5 등 스마트폰 구매 시 현금 캐시백을 준다는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조금 성격인 캐시백은 많은 경우 200파운드(34만원) 이상 지급되기도 한다. 이 금액은 통신사·제조사, 유통업체 등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지급 여부나 액수를 조정하기 때문에 시기마다 다르다.

하지만 보조금 정보는 구매 전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정보 접근에 있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다. 그만큼 휴대폰 유통구조가 투명하다는 얘기다. 동시에 시장원리에 따라 보조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가진다.

애초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만든 것은 이동통신사의 불법 보조금 살포로 인한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어리숙해 잘 속는 고객)을 없애자는 취지에서였다. 온라인에서 정보교류가 활발한 일부 소비자들은 어느 판매점에서 보조금을 더 주는지 알 수 있었지만, 구매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중장년·노년층 등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보에서 소외된 이들은 ‘호갱’의 표적이 됐다.

단통법 담당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종록 차관은 지난해 10월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시행 전 90% 이상의 단말기 유통구조가 투명하지 않았다”며 “단통법이 단말장치유통구조 투명화법으로 불리길 바란다. 투명한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단통법 시행 후 스마트폰 가격 정보 등이 공개돼 속는 기분이 더 안 든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긴 하다. 그러나 단통법이 의도했던 또 하나의 목표인 ‘통신비 인하’는 여전히 체감하기 힘들다.

삼성·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는 보급형이나 구형폰을 제외하곤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보조금 경쟁은 줄었지만, 반대급부로 소비자가 체감할만한 요금·서비스 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이 내놓은 서비스들은 기존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집토끼 지키기’ 차원에서 결합상품을 강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통사들은 번호이동이 줄면서 조(兆) 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아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보조금 혜택이 똑같아졌다는 것 말고는 별로 없다. 단말기 출고가는 여전히 비싸고, 높은 액수의 보조금은 15개월 이상 된 구형 단말기에 한해 고가요금제에 연계된 경우에나 받을 수 있다.

미래부는 이달 초 ‘단말기유통법 시행 3개월 주요 통계’를 발표하면서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 가입 비율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예전에는 고가요금제 3개월 유지 조건부로 가입하더라도 단말기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요금도, 단말기도 다 비싸다는 것이다.

공시지원금 상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출고가 자체를 낮추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단말기를 싸게 살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더욱이 출고가 인하는 분리공시제(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과 제조사의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것)도입이 무산되면서 어렵게 됐다.

해결책은 없을까. 몇몇 국회의원들은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주장한다.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제조사와 이통사가 결탁해 보조금을 매개로 고가의 단말기, 고가의 요금제를 강요하는 폐단을 끝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방법이야 어떻든 지금처럼 이통3사가 유통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통신요금 인하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요금 경쟁이 일어날 환경을 조성하는 것 아닐까?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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