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립다 ⑥
엄마가 그립다 ⑥
  • 박은자(동화작가)
  • 승인 2015.02.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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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영운 권사 이야기
▲ 박은자사모
예배당을 건축하는 동안 어머니는 생선 한 토막도 상에 올리지 않았다. 반찬이라고는 묵은 김치가 전부였다. 하지만 묵은 김치도 떨어졌고, 어머니는 밥상은 들고 일어서기가 참으로 민망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열무 씨를 뿌리지도 않은 콩밭에 열무가 있더란다. 얼마 되지도 않거니와 가족들에게 단 한 번 맛있는 김치를 먹이고 싶어서 열무를 모조리 뽑아다 김치를 담았다고 하셨다.

김치가 거의 떨어져 갈 무렵, 콩잎을 따서 간장에 절일까 하고 밭에 갔더니 열무가 여기저기 또 솟아나 있어서 역시 모조리 뽑아 오셨다고 했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은 김장열무가 나오던 가을까지 이어졌는데 어머니는 그 일을 두고 하나님께서 열무 씨를 계속 뿌리신 거라고 하셨다. 물론 그 시절은 냉장고가 집집마다 흔하게 있었던 시절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각종채소가 쏟아져 나오던 때도 아니었다.
예배당을 건축하는 동안 어머니는 장사를 하시기 위해 새벽기차를 타러 나가셨다. 그리고 밤늦게 돌아 오셨다.

건축이 끝나고 우리 집은 도회지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3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갔다. 당장 집을 구할 수가 없어 우선 관사에 들어가 살면서 집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집을 짓는 것 보다 더 급한 것은 목사님의 사택을 짓는 일이었다. 결국 사택을 먼저 지었다. 그런 다음 우리 집을 짓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 일을 두고 무척 행복해 하셨다.

나는 사춘기 시절부터 조금씩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을 치다가 아주 멀리 달아났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나는 하나님도 배반하고, 어머니도 배반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도, 어머니도 나를 버려두지 않으셨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나온 남편을 하나님은 끝내 목사로 만들어 놓으셨다. 그뿐이 아니다. 어머니는 간절히 교회개척을 권하셨다. 어머니의 말씀을 귀 너머로 들으면서 난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를 보는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애야,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너만 예수 믿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네 남편 목사님 되게 해 달라고 나는 매일 울면서 기도했다. 언젠가는 차가운 학교 운동장에서 밤새도록 부르짖은 적도 있다. 우리 맏사위 훌륭한 목사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서 그 기도 들어주셨다. 그런데 네 남편이 개척을 하겠다는데 왜 네가 말리니?”

남편과 어머니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처럼 죽이 잘 맞았다. 어머니는 사위가 목사라고 사위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쓰면서 아직도 어리석기가 한이 없는 딸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네 생각으로 아니라고 그러지 말고 하나님께 맡겨. 기도만 하면 되는 거야.”
“기도만 하면 된다고요?”

“그래 기도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나머지는 다 책임을 져 주신다.”
기도만 하면 된다던 어머니의 말씀, 요즈음 어머니의 말씀이 그리움과 충격으로 다가온다.
“얘야,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줄 아니? 그건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란다. 그러나 힘들여 한 기도는 때가 늦더라도 하나님께서 꼭 들어 주신단다.”

사실은 나도 아주 많은 나날을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남편이 목사 임직을 받던 날도 한없이 울면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왜 개척을 앞에 놓고 자꾸 어깃장을 놓았던 것일까?
어머니의 지칠 줄 모르는 기도와 개척에 대한 소원은 결국 ‘예은교회’를 이 땅에 세웠다.
자식들 먹일 반찬을 놓고 기도를 할 때, 씨 뿌린 적이 없어도 콩밭에 열무가 가득했던 것처럼 어머니의 기도는 끝내 기적을 불러온 것이다.

예은교회, 세상의 모든 교회가 다 기적이듯이 예은교회 역시 어머니의 기도로 세워진 기적의 교회이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닮고 싶다. 어머니처럼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처럼 많은 기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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