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참 묘하게 돌아간다'
대우조선해양 '참 묘하게 돌아간다'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5.02.12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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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상황이 데일리(하루) 단위로 바뀌고 있다. 사장추천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장의 임기만료가 임박한 대우조선해양.

이 회사의 경영행위를 뒤쫓다 보면 기자의 눈에는 '비상식의 상식화'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 행보가 숱하게 걸린다.

국내 대표 조선소 중 하나인 이 회사는 전신인 대우중공업이 1999년 8월 대우그룹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채권단 출자전환 등 우여곡절을 거쳐 2000년 무렵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빨리 워크아웃을 졸업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의 상징이 됐다.

덕분에 줄잡아 15년쯤 되는 '산업은행의 관리'가 꽤나 매끄럽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줬을 정도.

그러던 대우조선해양에 사장직을 둘러싸고 '이상 작동'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현 고재호 사장의 임기는 오는 3월말까지. 그에 대해서는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 속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 무난한 연임이 점쳐졌다.

"1월말까지만 해도 고 사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것이 사내외 중론이었어요. 전임 사장때와 달리 마땅히 회자되는 후보군도 없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중견 간부 A씨)

갑자기 이상기류에 휩싸인 것은 불과 보름전부터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조만간 열릴 이사회 안건으로 대우조선해양 후임 사장 인선을 안건에 올리기로 했다.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 대주주가 고유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 등등. 여기까지는 일상적이다.

문제는 이사회 안건인 '후임 사장 인선'내용에 후보군 명단이 '백지'로 올라간 것. 통상적인 절차인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활동도 제대로 없었다.

"사장추천위원회 일정이 언제로 잡혔죠?"

"...잘 모르겠습니다."

"사장 후보군의 윤곽은 나왔습니까?"

"아직... (후보군 명단이) 공란으로 안건이 올라갔습니다. 내부는 조용한데 외부에서 흔드니 솔직히 답답합니다."

후보군도 없이 후임사장을 인선한다는 의미인데.

글로벌 조선3사의 한 곳을 이끌어갈 수장을 단 며칠의 검증만으로 뽑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것인지, 모종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도깨비 놀음을 하고 있다는 말인지.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비슷한 사정의 한 업체 임원에게 '대우조선해양 신임대표 인선 사태'를 물었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우리야 갑질한다고 욕했지만 답답하긴 그쪽(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원해서 (채권단에) 들어온 것도 아닐텐데."

한마디로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지만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선은 '더 높은 곳'에서 진행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채권단도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입장도 있다. 모두의 입장을 취합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미뤄지게 됐다. 합의를 보다 원만하게 내리기 위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가 애써 내놓은 해명이다.

더 아리송하다. 부실기업 정상화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려는 은행관리 프로그램이 참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추신: 우여곡절 끝에 이사회는 이달말로 연기됐다. 교체된다던 고 사장이 연임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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