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딜레마'
팬택의 '딜레마'
  • 정옥주 기자
  • 승인 2015.02.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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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청산과 회생의 갈림길 속에서 '새주인'을 애타게 기다려온 팬택에게 드디어 동아줄이 내려졌지만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 컨소시엄.

현지 사정으로 인수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인수합병 계약 절차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법원은 원밸류에셋의 팬택 인수를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팬택으로선 다시 한 번 '생존의 기회'를 얻는 것.

일단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뒷맛이 영 개운찮다. 첨단 전자통신기기 업체를 인수하겠다는 매수주체가 하필 '머니 게임'에 올인하는 것이 본업인 자산운용사라니.

현재 국내 휴대전화 3위 업체인 팬택 보유한 국내외 기술 특허는 줄잡아 4800여건. 삼성이나 LG만큼은 아니라지만 해외에선 꽤 알아주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경영 위기의 핵심도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기 보다 바짝 마른 자금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러다 보니 업계 주변에서는 벌써 '제2의 쌍용차', '제2의 하이디스'처럼 또 다시 기술만 빼먹고 되파는 '먹튀' 사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특히 원밸류에셋의 정체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원밸류에셋은 한국계 자본으로 이뤄진 자산운용사로, 미국 LA 현지에서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번 인수작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투게더MS의 팀 쉰 대표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주주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자칫 팬택이 자산운용사를 디딤돌 삼아 최종적으로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원밸류측은 "팬택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팬택의 재건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휴대폰 관련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미국 자산운용사가 갑자기 팬택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다.

팬택으로서는 그야말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

분명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 팬택 앞에 놓여진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것. 어떠한 미래가 기다리던 일단 살아있어야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더욱이 두 번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그간 팬택을 응원해온 소비자들도 진이 빠지고 있다. 팬택에게 남은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 당장 믿을만한 국내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는 한 팬택은 눈앞에 드리워진 끈을 잡을 수밖에 없다. 팬택은 이번에도 '썩은 동아줄'을 잡게 되나. 아니면 '제2의 쌍용차'로 전락하나. 법원과 채권단의 현명한 판단력과 철저한 검증 능력을 이 참에 확인하고 싶다

뉴시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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