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한·중·일 벚꽃 원조 논란
불붙는 한·중·일 벚꽃 원조 논란
  • 강우성
  • 승인 2015.04.10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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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벚꽃(사쿠라)입니다. 벚꽃 문양이 화려하게 들어간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비롯하여 각종 인테리어 및 디자인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있기에 벚꽃 하면 누구나 쉽게 일본을 연상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가미카제 대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때 벚꽃 가지를 꽂았다고 할 정도니까요.

여러 벚꽃의 종류에서도 특히 탐스러운 꽃잎을 자랑하는 왕벚꽃이 인기가 많아, 일본 내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벚꽃 철이 되면 사쿠라 마츠리( Sakura Matsuri, 벚꽃 축제, Japanese Cherry Blossom Festival)가 열립니다. 세계 각지에서 워싱턴 DC의 벚꽃 축제가 열리는 포토맥 강변을 찾는 것을 볼 때면 그 인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하는데, 워싱턴에 벚나무가 심어진 계기는 미국 24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의 부인이 1907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벚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자 1912년 오자키 도쿄 시장이 3000여 그루를 워싱턴에 기증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주목할 것은 왕벚꽃의 원산지가 바로 제주도라는 주장입니다. 몇 년 전 산림청 임업 연구원이 일본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던 왕벚꽃나무에 대한 DNA 분석을 벌인 결과, 제주 한라산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김찬수 박사는 워싱턴을 2번이나 방문해 포토맥 강변의 왕벚꽃 샘플을 채취해 DNA 검사를 통해 수 차례 분석한 결과, 역시 제주 왕벚꽃이 원산지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주 벚나무는 재배종 왕벚나무와 동일종이 아니고, 다만 제주 벚나무는 재배종 왕벚나무의 교잡원종 중 하나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질세라 이번엔 중국이 원조 논쟁에 가세했습니다. 중국의 한 벚꽃 전문가는 일본의 서적을 근거로 당나라가 벚꽃의 원산지이며, 해당 시기에 히말라야 산맥으로부터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생각이 드십니까? 혹시 한국의 먹자 골목에 가득한 원조들의 전쟁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서로 원조라 목청을 높여 소리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끈질기고 체계적인 홍보로 상품화에 성공한 쪽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이야말로 전 세계에 벚꽃을 자국의 사쿠라로 알렸기에 이 모든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비근한 예로, 햄버거의 원조는 미국이 아닌 독일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고, 피자 또한 이탈리아가 원조이나 역시 미국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제품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이를 상품화해서 시장을 선점하느냐입니다. 넋놓고 있다가 뒤늦게 원조를 주장한들 버스 지나간 후에 손 흔드는 꼴입니다.

제주 왕벚꽃의 사례처럼 일본은 우리의 것들을 가로챘고 현재도 빼앗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1997년에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인 Codex에서 일본은 우리의 김치를 자신들의 것처럼 둔갑시킨 '기무치'를 국제 표준으로 등록하려 했습니다. 다행히도, 고추, 마늘, 파, 생강 등의 양념 배합 방식과 동태, 생새우, 굴 등 해물, 그리고 젓갈을 넣고 숙성, 발효시키는 과정이 파프리카를 넣어 고추 색깔을 낸 일본 기무치와 전혀 다른 것임을 설명했고, 2001년부터 일본이 김치를 수출할 때 ‘Kimchi’로 표기하도록 하여 우리의 김치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유명 일식당들은 우리의 한식을 "카루비 (갈비)", "자푸채 (잡채)" 등으로 브랜드화하며 마치 일식인양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순간 독도를 일본 영토라 뻔뻔스럽게 우기며 호시탐탐 빼앗아갈 기회를 노리며 철저히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의 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것부터 시작, 우리의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문화재로 유네스코에 등록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일본을, 중국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포토맥 강변의 화려한 왕벚꽃이 한국산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아리랑을 빼앗기지 않은 것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에서도 통할 한국만의 특징적인 상품을 개발하여 널리 알리지 못한 우리의 안일함을 탓해야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보석의 원석들을 땅 속에 묻혀 있는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일본처럼 상품 가치가 있는 원석을 캐내어 가공하고 예쁘게 포장하여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소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의 원조는 IBM의 사이먼 퍼스널 커뮤니케이터(1993년)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원조로 각인된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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