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60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죠"
김기완 "60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죠"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5.05.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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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완, 국립발레단 '봄의 제전' 중
빠른 호흡과 격한 안무로 무용수들의 체력 소비가 크기로 유명한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이 7개월 만에 재공연한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김기완(26)은 27일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지난해 10월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다.

이날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리허설 직전 만난 그는 계속되는 연습에 지칠 법도 한데 원체 밝은 성격을 뽐내며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의 매력을 펼쳐놓았다.

네오 클래식인 '교향곡 7번'은 우베 숄츠, 모던 발레인 '봄의 제전'은 글렌 테틀리의 작품이다. 19세기와 20세기 클래식 음악을 상징하는 베토벤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시각화했다.

"그동안 클래식과 모던에 9대 1 비율로 출연했어요.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은 특히 처음 접해보는 안무 스타일이라 어색한 느낌이 들었죠"라며 초연 직전 심경을 회고했다.

톨(tall) 솔리스트를 맡고 있는 '교향곡 7번'보다 주역인 '파더'를 연기하는 '봄의 제전'이 더 힘들다고 했다. "무대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연기를 한 것도 있지만 너무 힘들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도 있다"고 웃었다.

작년 공연은 "냉정하게 봤을 때 잘 했다는 생각은 안 하는데 순서를 틀리지 않고 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진심을 다해 열심히 했는데 음악과 안무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죠. 이번에는 더 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교향곡 7번'은 악보의 음표처럼 애크러배틱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야기보다 표현에 힘이 쏠린다. 김기완은 타이즈만 입고 나와 몸의 선을 오롯히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살이 찌면 안 된다"며 웃었다.

'봄의 제전'은 말 그대로 "동물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정말 몸이 힘든 작품이에요. 지난 공연 리허설 때 파트너가 '오빠 도망가고 싶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정말 웃긴 거예요.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랬겠어요"라고 웃었다. "근데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희열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물이 꽉 차 있는 주사기에서 피스톤을 쭉 밀어 그 물을 빼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큰 키(188㎝)가 인상적인 김기완은 입단 4년 차인데도 '호두까기 인형' '지젤' '돈키호테' 등에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점차 연차가 쌓일 수록 무대가 편하지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책임감도 든다고 했다. 그래서 부상을 더 조심하게 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학 시절 오른쪽 다리 아킬레스 건이 끊어져 1년4개월 동안 쉬었던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왼쪽 발목 인대에 부상을 입어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각오를 다졌어요. 다행히 작은 수술이라 두 달 정도만 쉬었죠. 부상은 참 안타깝죠. 다시 그런 시간이 안 왔으면 하고. 그래서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데 "예전보다 실력이 늘어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표현력은 좀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면서 쑥스러워했다.

12세 때 발레를 시작한 이래 오직 발레만 생각해왔다. "노래와 연기를 좋아했지만 가수나 영화배우를 꿈꾸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예전에는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를 꿈 꿨는데 지금은 그런 추상적인 목표보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둔다"고 했다.

발레리노의 야성을 느낄 수 있었던 '스파르타쿠스'에서 '크라수스'를 맡았던 그는 이 작품의 스파르타쿠스 역,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도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두 작품 모두 음악이 좋다는 것이 공통점이네요"라고 덧붙였다. 작곡가 어머니를 둔 탓에 음악에 대해 섬세함을 유지하고 있는 그다.

김기완이 생각하는 발레리노의 정점은 30대 초반. "물론 돌고 뛰는 것은 20대 때 더 잘할 수 있지만 춤과 이야기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테크닉이 무르 익는 그 때가 가장 멋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미래에 교육자를 꿈꾸기보다 '현역 무용수'로 오래 가기를 바라는 그는 "할 수만 있다면 60세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발레 신동'으로 통하는 그의 동생 김기민(23)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그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객원 수석 무용수 자격으로 이 무용단이 6월 1·6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발레 '라 바야데르'에 출연한다. ABT 수석무용수인 서희(29)도 출연한다. 김기민은 ABT에서 한국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는다.

"제 공연도 중요하지만 동생이 공연을 무사히 끝냈으면 한다"고 했다. "제 동생이지만 저희 세대에서는 가장 잘하는 예술가예요. 한국을 빛내고 있는 무용수가 더 잘했으면 하는 건 당연한 마음이죠"라고 웃었다. 김기민은 그런 형 김기완을 멘토로 삼고 있다.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 29~3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지영, 김현웅, 신승원, 이재우, 이은원, 이영철, 신혜진, 김윤식. 러닝타임 100분. 2만~5만원. 국립발레단. 02-587-6181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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