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서 격론 끝에 개혁법안 통과…남은 과제는
그리스 의회서 격론 끝에 개혁법안 통과…남은 과제는
  • 권성근 기자
  • 승인 2015.07.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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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exis Tsipras, Euclid Tsakalotos
그리스 의회가 격론을 벌인 끝에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요구되는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개혁안을 통과시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표결을 앞두고 연립정부 다수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일부 각료들이 반대 진영에 가담하면서 내홍을 겪었다.

그리스 의회에서 개혁 법안이 통과됐지만 유로존 다른 회원국들의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으며 3차 구제금융 협상은 앞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 그리스 의회, 유로존 정상회의서 합의한 개혁 법안 가결

그리스 의회는 이날 격론 끝에 개혁 법안을 가결해 법제화에 성공했다. 의회는 전날 오후 2시부터 개혁법안 논의를 시작해 11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16일 새벽 법안을 통과시켰다.

4개 법안에 대해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229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시리자의 강경파 의원들과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 그리고 공산당 의원 등 64명이 반대표를 행사했으며 6명이 기권했다. 1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이날 의회가 다룬 안건은 부가가치세(VAT) 인상, 연금 축소, 통계청의 독립성 보장, 재정 지출 자동 삭감 등 총 4개 법안이다.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한 입법 절차를 시작하면서 시리자의 내분도 격화됐다. 재정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그리스로서는 개혁 의지를 대외에 보여줘야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리자 강경파 의원들은 물론 시리자 중앙위원회 위원 과반수도 개혁법안이 그리스 국민에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좌파연대를 이끄는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 장관과 니코스 필리스 시리자 원내 대변인 등도 정부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디아 발라바니 재무차관은 개혁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의회에서 개혁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의회 밖에서는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반체제 시위대는 15일 3차 구제금융 협상 관련 법안 표결에 항의하며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시위자 일부를 체포했다.

그리스 공공부문 노조는 긴축안에 항의하며 24시간 파업을 벌였으며 약사협회도 정부의 약국 면허 및 일부 의약품(OTC) 규제 완화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약국 문을 닫았다.

△ IMF, 그리스 채무 경감 압박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 탕감 없이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발생했다.

IMF는 지난 주말 유로존 회원국에 배포한 보고서에서 경제 위기로 177% 수준인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 공공 부채가 2년 뒤에는 200%까지 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IMF는 신규 차입금을 포함해 그리스가 유럽연합(EU)에 대한 모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EU에 그리스 부채 상환 만기 연장과 함께 30년의 시한을 줄 것을 권고했다.

IMF는 그리스에 대한 부채 경감 협상에서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164억 유로(20조6261억원)를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추가 구제금융은 없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IMF가 그리스와 맺은 2차 구제금융은 2016년 3월에 종료된다.

독일은 그리스에 대한 부채 탕감에 여전히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IMF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독일 정부로서도 그리스에 대한 채무 탕감 불가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스에 지원할 예정인 860억 유로 중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분담할 수 있는 규모는 450억 유로 안팎 수준이기 때문에 IMF가 구제금융을 집행하지 않으면 독일이 더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채무 경감은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그리스 사태 향후 일정

그리스 의회가 4개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앞으로의 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됐다고 그리스가 즉시 유로존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에 약 4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ECB는 지난 13일 그리스에 대한 ELA 한도를 재차 동결하며 증액을 요구한 그리스 당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은행들이 영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ECB가 유동성 한도를 높여줘야 한다.

17일에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의회에서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 내용을 수용할지 표결한다. 15일 프랑스 의회는 지난 1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구제금융을 통과시켰다. 메르켈 총리의 의지대로 합의안이 독일 의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독민주당(CDU) 등 보수파들의 반발이 거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다른 회원국들의 의회에서 합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2010년 그리스 1차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한 슬로바키아의 의회 통과는 불확실하다.

그리스 개혁안 협상은 끝났지만 채무 재조정을 놓고 그리스와 채권단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IMF가 그리스 채무 탕감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지원받더라도 경제 회복과 재정적자 축소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는 다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

△ 그리스 정국 상당기간 혼란 불가피

긴축 정책을 지지하는 야당의 지원을 받아 의회에서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가 소속된 시리자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쏟아져 나오고 각료 중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을 감안할 때 치프라스 총리로서는 당장 개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는 또 새 내각 구성 후 신임투표를 거쳐 정국을 안정시키려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5일 의회 표결을 앞두고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전개된 것에 비춰볼 때 혹독한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국민들의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치프라스는 거국정부 구성에 나서거나 조기초선 실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 정국은 한동안 혼미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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